마을이야기
제목한로(寒露) 시-장인식
한로(寒露) 시-장인식

한로(寒露)
시 ; 장인식
사진 ; 안병관
귀뚜라미 소리에 뒤척이는 가을 밤
누구나 한번쯤은 시인이 되는 밤
그 밤의 고뇌가 찬 이슬에 젖어
한 잔의 감로주가 그리워짐도 잠시

벼들은 황금물결 출렁이며 타작을 재촉하고
사과 배 감들은 늦가을 서리전에
귀한 몸 거둬달라고 화려함을 뽐내어
정신없이 바쁜 농부님들 마음 까지 유혹하는데
단풍은 왜 또 가슴저린 색깔로 물들어 오는지

풀들도 제 빛깔을 뿌리로 저장해 내리는 길섶에서
발목 차갑게 이슬 내리는 한로 아침에
나도 잠깐 차가운 영혼이 되고 싶다
결실을 향해 달려 온 열정의 호흡을
찬 이슬 맞으며 이성(理性)을 간추리고 싶다

너무 뜨겁지 않게
너무 차갑지 않게
알맞은 냉정으로 이성이 가다듬어지는
투명한 일상(日常)이고 싶다
한로날 아침 풍경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