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하얀 메밀꽃을 볼때면
이효석 선생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른다.
달빛 아래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에서 일어난 생애 단 한번의 사랑 이야기~~~
아름답고 은은한 느낌이 길을 걷다 하얗게 핀 메밀꽃을 보면
그 소설 속 줄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메밀이 익어가는 모습입니다.
소설 내용 중에...
평생을 장돌뱅이로 늙은 허생원은 같은 장돌뱅이인 친구 조선달과 장터에서 만난 청년 동이와 함께 다음 장터인 대화로 밤길을 재촉한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봉평에서 대화까지는 팔십리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있다"
허생원은 20년 전 봉평의 물레방앗간에서 맺었던 성서방네 처녀와의 사랑을 잊지 못해 툭하면 그 이야기를 꺼내는데
조선달은 지금까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지만 이토록 달밝은 밤 메밀꽃 하얗게 핀 산길을 걸으며 친구의 사랑이야기를 또 듣는다.
"아비 어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았으나 제겐 아버지가 없어요. 핏줄이라고는 어머니 하나 뿐인걸요."
"돌아 가셨나."
"당초부터 없어요."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배고 집에서 쫓겨나 제천으로 간 후 온갓 고초를 겪으며 동이를 기른 성서방네 처녀는 지금도 제천에서 홀로 살고 있음을 동이로부터 들으며 허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데...
개울을 건너다 나귀에서 떨어져 물에 빠진 허생원을 업고 건너는 동이와 아들일지도 모르는 청년의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너는 허생원.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온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 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허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흡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 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렀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이라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으나 여러가지 암시를 통하여 부자지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설정이 달빛처럼 은은한 작품.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어려서부터 접했지만 작품 속에 숨겨진 은유를 알기엔 너무 어렸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숨겨진 은은한 에로티시즘과 숨이 막힐 정도로 밝은 달빛과 그 아래 메밀꽃, 시리도록 아름다운 서정성을 이제야 알겠다.
"소금을 뿌린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 인 그런 메밀꽃이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