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된장을 담그기에 가장 좋은때라는
우수와 경칩사이
휴일을 맞아 된장(막장)을 담근다고 어제 오늘이 종일 분주합니다
평소엔 쓰임이 없어
베란다 선반위에 올려놓은 큰 그릇들이 내려지고
준비해둔 매주를 께끗이 씻어 불에 불리고
보리밥을 해서 엿기름에 삭힌다음 고추장을 하듯 닳여서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음 불려놓은 매주에 빻아놓은 고추씨 가루를 넣고
잘 섞어주면 되는 일이긴 한데,
말로하니 간단하고 쉬운일 같지만
준비 과정에서 부터 간을 맞추어 용기에 담기까지
직접 해 보면 또 그리 간단하지많은 않다는거 해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많이 먹을 식구도 없는데
그냥 편하게 마트에가서 조금씩 사 먹으면 될것을
무어그리 복잡하게 일을 만들어 하느냐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해 두해... 나이의 무개가 느껴질수록
섭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세삼 깨닫게 되기도 하고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께서 된장 항아리에 금줄을 치며 정성을 기울이시던 이유도 알것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제가 먹거리에 신경을 쓰게 된 이유가
기름진 진수성찬을 원하는것도 아니고
불로장생을 위한 산해진미를 찾는것은 더욱 아닌것이
아름답기 위해 사치하지 않는것처럼
음식의 맛을내기위해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성격 탓인지 입맛 탓인지
인스턴트 식품에 끝내 입맛 들이지 못하고
조금 힘들고 복잡 하더라도 된장 고추장은 늘 담아먹기 때문에
제 몸이 조금 고단하고 힘들어도 거부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즐거움 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제오늘
만사를 제쳐놓고 일을 시작했는데요
일반 된장이 아닌 보리 막장을 담그기 위해
보리밥을 해서 엿기름에 삭히려 밥솥 뚜껑을 열었더니
뜨거운 김과함께 확-! 올라오는 특유의 보리밥 냄세가
참 오랫만에 느껴보는 그 옛날의 그리움으로 저를 데려다 놓습니다
그래서,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꽁보리밥 한 주걱을 그릇에 퍼 담아서
고추장 한술을 넣고 비벼 한숱가락 입에 넣으니
글쎄 밥알들이 자꾸만 입안에서 미끄러지며 도망을 다닙니다.
그렇게 천천히
비벼놓은 보리밥을 먹으며...
그 옛날
어린시절 그토록 먹기 싫었던 보리밥이
이제는 맛이라기 보다 추억으로 다가와 내게 머물며
초가지붕 아래 엄마 아부지 그리고 우리 사남매, 해서 여섯 식구가
호롱불 아래서 뜨거운 된장찌게 훅훅 불며 맛있게 먹던 밥상머리 생각에
결국은 눈물 한 줄 흘리고 말았습니다. / 2012년 2월 26일 장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