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지난 주말 아침, 집식구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예천으로 향하였다! 평소 집안에만 갇혀사는 집식구를 생각(?)하여 두건의 선약을 무시한채 흔쾌히 동의!!!
좋게 말하여 주말 나들이!!
늦은 오전 출발로 차량의 지체가 있었지만, 정겨운 시골로의 여행은 언제나 기운을 나게하고도 남는다.
점심은 가는 길에 마트에서 구입한 간식(꿀꽈배기, 인디안밥)이지만 함포고복이 따로없다. 가는길에 보이는 진달래 개나리도 더 화사해 보인다.
두어번 방문한 지역으로, 마을어귀에 들어서니 눈에 익은 돌담길이 반겨주고 새순이 돋아나는 작은
나무들도 미소를 짓는다.
집안에 들어서니 오랜세월을 지탱해온 기와한옥, 나무간판, 용마루 등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방문하는 집이라 조금 낮설은 면도 있으나, 불이 지펴진 아궁이와 농기구들, 담장아래 심어진 감나무, 밤나무, 은행나무, 오래된 우물터, 그리고 집안의 역사를 말해주는 수백년은 족히 된 고품격 향나무까지,.. 하나하나가 소중한 보물같기도 하고 오랜 향기를 내뿜는 듯도 하다.
마당에는 이미 꽃을 피운 냉이들도 실바람에 흔들리면서 아련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한참을 밖에서 요기하느라 집을 떠나있다가 돌아오니, 창호지 밖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영롱하기까지 하다.
'ㅁ' 字形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매 순간순간이 소설의 한 장면이고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오래전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아궁이, 그 속 불빛을 바라보노라니 그시절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들이 생각난다. 덜마른 나뭇가지를 태우느라 많은 연기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그 시절,..
마루에 앉아 스치는 달콤한 바람을 느끼며 주인장이 따라주는 茶 한잔 마시며 세상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운치를 더해준다. 제법 추운 氣를 느껴 조금 일찍 문간방(화장실 옆, 출입문 가로 약 50센티미터 세로 약70센티미터)에 들어서니 벽과 천장 모두 한지로 꾸며져 있고, 바닥은 약간은 그 시절 생각나는 이불이 깔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따끈따끈한 구들장이 내맘을 사로잡는다. 방안에 연기나 불 냄새가 없는 걸 보니 매우 정교하게 지어진 부잣집의 주택이 분명하다.
잠시 누워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새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잠시 찬공기가 그리워 방문을 열어보니 차가워진 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기왕 일어난 김에 마당으로 나가보니 맘씨좋은 주인장은 예약손님 오시기를 기다리느라 목이 더 길어져 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라 주변은 더 어두워졌고 하늘의 별들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조금 지나니 다른 예약팀(10명 한팀)이 오신다. 약간 취기가 있긴 하지만 또렷한 정신으로 "내가 이런집에 살아야 하는데,.." 하신다. 일행 모두가 아마도 근처에서 태어나신 분 같다.
이러저러한 궁리를 하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같이 간 집식구는 바닥에 등을 붙인채 달콤한 표정으로 몸을 달구고 있다.
주 목적이 고택체험인지라 잠자리를 이어갔다.
깊이자지 못하는 스타일 때문에 간간이 들려오는 이름모를 짐승의 우는 소리도 정겹고,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홰치는 소리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아침 6시경 담장옆 나무에서 연주하는 이름모를 새들의 음악은 높은 산에 맨처음 무박으로 갔을 때처럼 아름답게(말로 표현이 안됨) 느껴진다.
몸을 일으켜 물 한모금 마시고나서 정신을 차리는 동안, 구멍난 창호지 사이로 밖을 구경하는 재미도 느껴본다. 사랑채 묵는 분들의 도란거리는 소리도 움직이는 소리도 정겹게 다가온다. 문을 여닫는 소리, 마루를 밟는소리, 토방을 오르는 것까지도 새롭게 느껴진다. 아침인데도 아랫목은 여전히 따스하다(뒤에 들은 얘기지만 자정무렵 한번 더 아궁이에 장작을 더 넣었단다;그 배려가 더 포근히 느껴진다)
몸을 일으켜 해우소에 들르니, 주인장이 직접 개량한 좌변기(아래는 푸세식)에서도 주인장의 배려가 느껴진다.
이어서 아침이슬을 마시며 골목산책을 시작,
시골에 갈때마다 느끼는 새벽의 산책은 언제나 신기롭고 달콤하다. 더구나 알싸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란 안느껴본 사람은 거의 모른다. 골목 오동나무에서 재잘거리는 참새의 노래와 모습도, 이곳만의 자랑거리인 미인松(금강산에서 본 것과 비슷하여 그렇게 불러주고 싶다)林., 지근거리의 야트막한산과, 멀리 보이는 고봉준령의 산들까지도 신비롭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여기저기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역시 그시절을 생각케 한다. 언젠가 기차여행 중 눈을 번쩍 뜬적이 있는 해질무렵 연기나는 시골집의 굴뚝도 떠오른다. 아마도 어느집엔가는 빨랫줄에 아기 기저귀도 걸려있을 것 같았다.
덕용재의 둘레를 돌아보니 대략 1천여평 남짓 되어 보인다. 예전부터 꽤나 행세를 했을 법하고 고택의 실 주인도 궁금해진다. 이러저러한 느낌을 받으면서 한 산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나니 주인장이 아침식사 하라 부르신다. 이름하여 시골밥상!!
안주인의 사랑과 미소가 곁들여진 갓지은 잡곡밥에, 어제 안주인께서 직접 채취해서 손질하여 맛깔스레 무쳐낸 머위나물과 사르르 녹는듯한 돈나물, 그리고 작년에 준비해뒀다는 냉이장아찌에 향기 가득한 쑥된장국까지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실행이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생활이 다수가 원하는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주변에 갖가지 체험과 아름답고 유서깊은 유적들이 많아 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수험생을 생각하는 집식구의 불안감을 떨치고자 크나큰 아쉬움을 남긴채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예천온천, 회룡포, 송어회, 참기름, 마늘, 초간정, 용문사, 청결고추가루, 한우고기도 생각나지만,...
아마도 여름에는 처마밑 제비집에서 새끼제비들이 조잘거릴 것이고, 가을에는 감과 알밤, 은행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겨울에는 서설이 지붕과 담장에 소복이 쌓여지고 푸근한 아랫목에는 주인장의 손길이 더해질 것이다.
두세가지 족한 부분도 있으나, 시골의 정취를 느껴야 하기에 이해될 것으로 보며,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주변에 이러한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부모님의 효도관광 준비하는 사람.
-시골출신이나 현재는 고향집이 없어져서 저처럼 허탈해 하는 사람.
-공기좋은 곳으로 요양을 희망하는 사람.
-어릴적 시골의 정취를 그리워하거나 옛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사람.
-숨막히는 도시생활을 벗어나 일순간이지만 시간을 멈춰보고 싶은 사람.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이색적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 사람.
-온갖 스트레스와 심신의 고통에 시달리는 현대인 등등
-2세를 준비하는 분들 ㅋㅋ(동네에 瑞氣가 어리는 명당인 듯 싶어서,...)
-단체 모임 및 M.T 진행 할 단체.
-근처 용문사라는 명찰 순례할 사람
*頭緖 없지만,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자 마구 끄적인 내용이니 틀린부분 있드라도 惠量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