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나무책상
이해인
숲의 향기 가득히 밴 나무책상을 하나 갖고 싶다.
편히 엎디어 공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편지도 쓰고
시의 꽃을 피우면서 선뜻 나를 내려놓아도 좋을
부담 없는 친구 같은 책상을 곁에 두고 싶다
동서남북 네 귀퉁이엔 비밀스런 꿈도 심어야지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살짝 웃어보는 나를
어진 마음으로 받아주는 그
평범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깊이로 나를 제자리에 앉히는
향기로운 나무책상 하나 갖고 싶다.
자그마한 앉은뱅이 책상에 가지런히 정리된 낮은 책꽂이가 때로는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옥양목에 빳빳이 풀먹인 책상보를 덮은 그 책상 앞에 앉으면
흩어졌던 마음도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까만 어둠속에 처마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가물가물 흔들리는 호롱불을 마주하고 책상앞에 앉으면 그 곳은
더 없이 좋은 명상터였습니다.
올 봄 나는 나무책상 하나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고향 동생이 나 주려고 마음에 드는 책상을 늘 살폈다는겁니다.
단아하면서도 멋스러운 선비책상을 가져온 날
난 너무 좋아서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잊은체
이 구석 저 구석 끌고 다니면서 자리 찾기에 바빴습니다.
귀퉁이에 몇 권의 책을 올려놓고 공책과 필기 도구도 놓았습니다.
갑자기 내가 한 품격 올라간듯한 착각속에서 하루 한 번씩은 그 앞에 앉아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오늘 이해인님의 시를 읽다가
귀한 선물을 준 그 동생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