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데 배고픈 것도 잊고 있을 정도로 이번 가야국으로의 기행에서 마술에 걸 린 듯 했습니다. 그만큼 가야문화는 매력적이었지요. 오후 3시가 넘어늦은 점심을 먹은 후 밀양의 영남루에 들렸습니다.

저는 영남루에 오르기 전 맞은편에 있는 만덕문을 지나 단군 시조를 비롯한 역대 개국 왕의 위패를 모셔놓은 천진궁에 먼저 들려 참배를 하였습니다.

제게 있어서 밀양은 다른 곳 다 두고라도 이곳 천진궁 한 곳만 들린 것으로도 이번 여행이 아주 뜻 깊은 기행이 되었답니다.

영남루에 올라 내려단 본 풍경은 시원함 그 자체였습니다. 마루에 앉아 쉬다가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내려와 아랑각을 들렸습니다.

전설로만 알고 있었던 곳이 실제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지요.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이렇게 아랑의 전설처럼 알고 있던 것 들이 실제 했다는 증거가 여러 곳이 있더군요.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한 곳이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익산의 미륵사지 부근 마을과 두 분의 쌍능 입니다. 그런 곳 중의 한 곳처럼 아랑각도 아주 궁금한 곳이었는데 이번에 그 궁금증이 풀렸네요. 아랑각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서 보니까 푸르고 긴 강이 앞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풍덩 뛰어 들고 싶어지더라고요. 긴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땀이 말도 못하게 흘렀기 때문이지요.

땀으로 멱을 감으면서 또 계단을 올라 박물관을 들렸습니다. 에휴--------

영남루의 위쪽에 위치한 밀양시립박물관은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청동기-이후 조선 시대까지 낙동강 유역의 향토 사료의 수집 및 조사, 연구 및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료적 가치에 비해 박물관 건물은 2층으로 그리 크지 않고 소박하였습니다. 2008년도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옮겨 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소박한 박물관이 좋은데, 요즘은 가는 곳마다 박물관을 크게 지어 입장료를 받고 있는 곳이 많더군요.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와는 다르게 햇빛이 말도 못하게 쨍쨍해서 많이 더웠는데 그래도 차에만 오르면 냉방이 되어 시원하게 땀을 식힐 수가 있어 좋았답니다. 땀이 식을 만 할 쯤 다시 차에서 내려 조선시대의 유학자 김숙자(金叔滋)·김종직(金宗直) 부자(父子)의 집터인 추원재를 들렸습니다.
추원재의 뒤뜰은 대나무 숲이 우거져 아주 시원하면서도 기분 좋은 향취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시원한 곳을 떠나는 게 참 아쉬웠답니다. 혼자 갔으면 더 머물렀을지도 모르지만 일행들이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 두고 표충사로 향했습니다.


표충사 사당에는 사명대사의 스승이신 서산대사와 기허대사 그리고 사명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그곳에 들려 참배를 하고 표충비 앞에 향불 한번 피우고 돌아서 나오는데 그 적막함이 자꾸 뒤를 잡아끌며 머뭇거리게 하였습니다.

저는 사명대사 보다는 한용운님의 시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서산대사에 대해 자꾸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터라 무엇보다도 이번 기행 중에 의미를 깊이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나와 보니 일행들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온천도 할 수 있는 부곡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다닐 때는 몰랐는데 하루 종일 돌아다닌 후유증이 그때서야 나타나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이 유황온천욕으로 인해 피곤함이 싹 가시는 듯 했지요.
저희 고향에도 온천이 가까이 있는데 이처럼 휴식과 관광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깨끗하면서도 저렴한 숙소를 많이 지어 놓으면 좀 더 많은 분들이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기행 마지막 날인 다음 날도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또 정신없이 돌아다닌 유적지와 박물관 그리고 우포늪, 어디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가는 곳마다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 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두 손 꼭 잡고 순장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1500년이 지나도록 손을 놓지 않은 아버지의 지극한 딸 사랑을 보면서, 딸을 두고 차마 눈감지 못했을 부친의 사랑은 어찌 보면 지나친 사랑이 가져온 애달픈 죽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지역에 따라 특색 있는 꽃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번 여행지에서는 죽은 영혼들의 넋을 기르기 위함인지 붉은 백일홍이 많이 보였고요. 창녕 석빙고 주변에는 석류가 꽃과 더불어 열매들이 탐스럽게 열려 있었습니다. 또 눈길을 끄는 꽃은 이파리가 달라붙는다하여 가까이에 두고 보면 부부금슬이 좋아진다는 자귀나무 꽃들이 한창이었습니다.




고령의 대가야 박물관입니다.
가야는 대가야국을 비롯하여 아라가야, 금관가야 등 아주 화려한 부족국가였습니다. 그리고 박씨 시조를 비롯하여 김씨 시조등 여러 시조의 탄생 설화들이 이곳에서 시작되기도 하였고요. 그러나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에 묻혀 잊혀 진 역사였습니다. 또한 귀중한 유물들이 일본의 식민지하에 많이 도굴되어 일본으로 많이 유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천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그 지역의 후손들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려 애썼고 근래에 들어서는 아주 화려하게 부활을 시켰습니다. 부곡온천 역시 전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았지만 지역의 문화자원이 부족하여 단순히 온천만 하는 것으로 식상해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는데, 근래 가야문화유적지를 부활시키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습니다. 잊혀진 역사를 세상위로 이끌어 올리기 위해 많은 향토사학자와 지역 분들의 피나는 노력이 오늘의 가야문화를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하여 그분들의 노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자연생태계의 완전한 보고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창녕의 우포늪입니다. 잎이며 꽃이 다 가시가 있다는 연꽃을 보고 싶었는데 아직 철이 이른지 잎만 보고 왔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집을 떠나 여행하는 것이 다른 계절 보다 힘이 들어 한 여름에는 어디를 가지 말자고 몇 번을 다짐하다가도 이상하게 여름만 되면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 이유가 이렇게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이는 진초록 빛들 때문이 아닌가 하기도 합니다. 하루 정도는 그래도 견딜 만한데... 무더위 때문에 마지막 날은 어디서 어디까지 차례로 다녔는지 가물가물 거리기도 합니다. 사진에 대한 마지막까지 세세한 설명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사진을 한꺼번에 올려서 금당실 홈페이지에 폐는 되지 않는지 한편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오늘이 벌써 초복이네요.고향 분 모두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고요.
곤충 박람회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