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 친정집 뜰에 핀 채송화 꽃길 -
정과 사랑
'정' 이라는 말은 '사랑' 이라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
아서 좋다.
'사랑' 이라는 말은 날렵하고 산뜻하여 자극성이 강
한 독약과도 같다.그러나 '정' 은 밋밋하고 소박하며
무던하고 순탄하다.
사랑이라는 말은 예리해서 상처를 내기 쉽지만 정이
라는 말은 둔중한 가운데 구수한 훈김을 풍긴다.
사랑이 캔디나 아이스크림 맛이라면, 정은 찹쌀을 찧
어 빚은 인절미의 맛이다. 사랑은 사랑으로 끝나 버리
지만 정은 깊고 넓은 우회의 공간을 포함하고 있어서
'인정'이니 '모정'이니 '애정'이니,연정,온정,동정 등
다양한 구별이 가능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으로서 참으로 대극적인 의
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 반대말은 없다.
사랑이나 정의 실현은 무엇보다도 먼저 바라보는 일
로부터 시작된다.
그윽히 바라보며 그 마음을 읽고, 눈을 맞추는 순간
눈에서 눈으로 이어지는 시선은 사랑 혹은 정의 통로
가 된다.그리하여 장황하고 어색한 말 한마디 필요없
이 마음이 합쳐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이 드는 것이
다.
그러나 우리들은 대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되도록 똑바로 바라보
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길들여져 있다.(중략)
아, 어쩌면 사랑하게 될까봐 눈을 맞출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지레 겁을 먹고 지나치게 조심하다가 그렇
게 되나 보다.
그러나 사랑이야 좀 두렵고 무엇한 감정일지라도 정
을 느끼는 것이야 무엇이 문제겠는가?
우리는 참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다.
- 이향아 에세이 '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에서 -
표현력에 약한 우리네 이야기 같아서 옮겨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