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내 얼굴에 책임을 지자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옷차림은 수수하셨지만 조용하고 곱게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계셨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계셨는데 연세는 일흔 중반은 되신 것 같았다. 표정이 하도 고우신지라 시선이 자꾸만 그리로 가면서 마음속으로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일고 있었다.
할머니와 나는 각각 자신의 일을 보고 있었는데 일이 끝나고 다시 승강기를 타러 가는데 그 할머니께서 승강기에 오르고 계셨다. 나는 아직 거리도 좀 있고 해서 천천히 갔더니 할머니께서 잡아놓고 기다리신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승강기에 올랐는데 그날따라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방송이 연달아 나오는데 마침 노트북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란다.
50초반은 되었음직한 아주머니가 혼자말로
‘노트북 주인은 아마도 젊은 사람 일 텐데 요즘엔 모두들 정신을 어디에 놓고 사는지’
딱하다는 표정이시다.
나 또한 내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들 주위산만에 정신 놓고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단정하고 무표정한 굳은 얼굴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조심스럽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네는 잘 살았지요. 좀 가난하기는 했지만 단순하게들 살아 왔지요. 요즈음 젊은 양반들 너무나 복잡한 시대를 살자니 어찌 제 정신이겠소? 참 딱하고 불쌍해서 마음이 아파요”
난 망치로 가슴을 맞은 듯 귓속이 멍해졌다. 순간 얼굴이 뜨거워 지면서 내 마음을 들킨듯해서 얼른 할머니를 쳐다봤다.
나이에 상관없이 고운 웃음을 얼굴에 담고 계신 비결은 거기에 있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거울에 비친 날 힐끔 쳐다본다. 마주 보고 있는 얼굴은 언제 웃어 보았느냐는 듯이 잔뜩 굳어 있다. 억지로 웃어 본다. 양쪽 입 끝을 살짝 올리면서 눈 꼬리를 밑으로........
왜 이렇게 어색할까?
세월이 주는 주름은 어쩔 수가 없을지라도
마음의 창이라는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일랑 조용하고 곱게, 넉넉하고 편안하게, 깊고도 잔잔하게 새겨가야 될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