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산행기] 지리산 바래봉 그 능선을 넘으며~
작성자관리자 @ 2006.05.19 13:03:51

그랬다.

지리산 바래봉 산행은

다른 산 보다 내겐 분명 특별함이 있었다

 

"퀸" 이라는

호칭이 너무잘 어울리는,

산들 바람이 더욱 정겨운 달 오월 하고도 중순

어느새 남녁의 들판은 모내기가 한창 진행 중이고

아카시아 나무들 하이얀 꽃, 진한향기를 천지간에 흩 뿌리는데

상춘객을 태운 버스는 지리산 자락 흥부네 집 앞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마치 휴양림에 온듯

산림욕을 하듯, 전나무 우거진 사이로

오월햇살 부서지는 숲길을 걷노라니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을 하는듯 했지만, 이곳이 어드메냐 명색이 지리산이 아니던가

비교적 완만 하지만 걸음옮긴 자국마다 땀이 흐르고,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더없이 고마운 산길을 오르며 생각에 잠긴다.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아리랑" 그리고 "태백산맥"을 탐독하며

지리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지리산, 그리고 철쭉,

산을 전혀 다녀본 경험이 없던 내가 소설속의

알수없는 힘에 이끌려 지리산을 꼭 다녀와야할것 같은

이유모를 의무감? 같은 심리작용 때문에 

작년여름 하룻강아지 같은 위풍으로 덤빈 2박3일간의 지리산 종주,

 

한계를 넘어선 고통 스러움,

죽지 않을만큼의 고생을 하고

짓누르는 배낭의 무개가 내 의지력을

테스트 하는듯 했지만 결국은 천왕봉 일출을 보며

한줄 흘린 눈물이 지난 일여년 동안의 등산화 경력을 이어주는

촉매 역활을 해 주었던기억 새로운 오늘, 지리산을 다시 찾은 감회 유난하고

그때 종주 코스에는 들어있지 않은 바래봉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봄인듯 여름인듯

고도에 따라 계절을 달리하는 산길 마다에

줄지어 피어난 야생화들, 그리고 돋아나는 새순들

엷은 그린으로 채색되어가는 산속 풍경들이 눈길마다 신선한데,

 

바래봉 정상을 눈 앞에두고

목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나니

경사는 심한데 배는 부르고 산길 오르기 힘이 들지만

정상이 저만치서 손짓을 하니 발걸음 어이 멈출수 있으리...

헉헉 거리며 고지를 오르니 넓은 평원이 시원한 바람으로 우릴 반긴다

 

지리산 바래봉 1,167m

한때는 양들을 방목하느라

초지로 조성되었다는 넓은평원,

그 넓은 풀밭위에 뛰어노는 양떼들 맘속에 그려보니

동쪽으로 천왕봉,서쪽으로 노고단, 마음속 감격이 중첩된 평화로운 이 흥분...

 

영화 사운드오브뮤직!!

기타하나 손에들고 도레미송을 연주하고

초원을 뛰어가며 춤도 추어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양떼를 키우는 목부의 아내되어 흘러가는 흰 구름 친구삼아

낮에는 꽃보며 밤에는 별보며 그렇게 살아도 좋으리라 꿈속 행복한데

일행중 누군가,

저기좀 보라며 꿈에서 현실로 빠르게 나를 돌려 놓는곳, 불타는 산!!

붉은철쭉 무리가 또다른 심장을 뛰게하니 그곳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지리산 철쭉

그 유명새 만큼이나 인파또한 넘쳐나고

만개 하기엔 몇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바래봉이 바라다 보이는 이곳 팔랑마을 철쭉동산,

감성무딘 누구라 한들 이 순간에 감탄사 나오지 않으리...

 

그러나, 화려한 철쭉꽃

그 뿌리깊이 박힌 민족의 수난사,

오랜 식민지 생활,

그리고 전쟁을 거치는동안 숱한 고난을 묵묵히 받아 들인 산,

 

지리산 꼭대기

붉은 진달레 만개한 앞에서

남편의 처형장면을 지켜봐야했던 젊은 어머니는 

미치광이가 되어 동네를 떠돌고 그의 어린 아들이 장성하여

아버지의 유골을 찾아 진달레 동산을 파 해치며 흘리는 피같은 눈물,

 

어디 그 뿐이랴,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에,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젊은이들 

그들이 쏟은피를 운명인듯 받아안은 지리산,

이 붉은 꽃들은 그 영혼들이 피워낸 넋 이려니...

전우의 시체를 넘어 진군하는 병사들의 군화 소리를

이시대 등산객의 발자국이 조용히 덮으니

해해년년 진달래 피고지는 순환 거듭되지만 세월은 말이없다.

 

진달레 동산을 지나

하산길에 접어들어 몇개의 봉우리를

더 오르고 내리는 동안 먼 곳에눈길 돌리니

지리산 주 능선마다 굽이지는 푸른 물결이 파노라마되어 일렁이고,

어디를 지나 어디로 왔는지 그 경로는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것은 나의 취약점^^)

산행 들머리가 그러했듯이 청소년 수련관으로 내려오는 날머리 또한

전나무와 소나무로 우거진 숲길,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아래 패이고 깍이어 속살이 드러난 산, 휴식을 호소 하는듯 했다

 

이제

산행의 즐거움은 뒤로하고

2006년 05월 14일의 산행기를 마치며 또다시 일상에 임한다

마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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