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저는 용문 숲속에 사는 바람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 티끌처럼 미세하여 하나의 점으로 솔잎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밤, 낮 늘 고요하고 고요할 뿐인데 여러 해가 지나자
청년이 된 솔의 서늘한 푸르름이 주변의 기운을 다 빨아들입니다.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슬픔을 얘기하고 아픔을 얘기하고 사랑을 속삭이기도 합니다.
덩치가 솔만한 바람은 그 얘기를 다 이해합니다.
같이 웃고 울다가 사랑하면 왠지 부끄럽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알 수 없는 정열이 끓어오르면 솔 숲의 끝과 끝을 하루에도
몇번씩 달리기 합니다.
쭉 뻗은 신작로길로 맘껏 달려가고 싶습니다.
보다 듬어 주고, 안아주고, 살뜰이 아껴주는 이 없는 바람으로 태어나
거칠것 없이 훨훨 어디든 갈 수 있으련만
해, 별, 달이 뜨고 지기를 얼마나 했을까
숲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 찾으려해도 찾지 못한 채
솔바람은 늙었습니다.
솔바람도 솔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삽니다.
솔바람은 늘 그곳에 가면 있는
낯익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