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伏中閑談
농촌에 살면서 어느 계절 좋지 않은 바 없으나 요즘 특히 좋다. 삼복 더위라 찌는 더위도 좋고 시원한 빗줄기도 상큼하다. 산을 타고 오르는 굼실거리는 안개도 좋고,유연히 바라볼 수 있는 연못의 백연은 가히 표현을 하고자 하나 이미 말을 잊었다.
이른바 대체로 벗고 살 수 잇는 계절이어서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수영이 그렇고 등목이 그렇다. 또한 가난한 이가 더 편하게 잘살 수 있는 계절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얼마 전 " 컴퓨터의 발달로 미래사회에서는 중간 관리직이 사라질 수 있다" 는 뉴스가 있었다. 미래사회 뿐만이 아니라 지금 당장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종의 멸절이 가까이 왔다는 얘기도 있다. 모든 것이 상실되어 가는 상실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당장 눈 앞의 전개되는 획득물 밖에는 보이지 않아 여기에 만족하며 잘살고 있는 듯 착각하고 있다.
옛날 한 노사가 제자들과 복중한담을 즐기고 있었다. 일견 해도 기웃할 무렵 웬 거지하나가 다가왔다.
" 스승님, 저 거지에게 무엇을 줄까요?"
"............... "
거지가 그들 가까이로 다가와 섰다.
" 스승님?"
" 거지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이미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이 지나쳐서 탈이다.
우리는 거지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다.
거지는 완벽하다.
하늘 길은 一取一失이다.
우리는 직장을 잃고, 돈을 잃는 것을 겁낸다. 또한 우리는 가능한 많이 가질려고 한다. 더 구할려고 하며, 더 소유하지 못해 안달복달이다. 그러나 이는 천도에 비추어 보아 그에 상응하는 것 만큼 잃었거나 잃고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 쯤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다.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어야 하며, 하나를 소유하자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
귀농은 자발적인 선택이다. 자발적인 가난한 살림살이 선택이기도 하다. 더 버리고, 더 내려 놓고, 더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면 우리는 거지가 지닌 삶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의 보편적 가치이자 궁극적 가치인 아름다운 삶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 농업, 농민 즉 농 속에 - 다른말로 흙속에 모든 것이 다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분일진저 , 자연만한 神物이 어디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