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묵은 빚을 갚고 싶었다 (6월 24일 예천신문)
작성자관리자 @ 2005.06.28 10:04:04
 

빨지 않겠다는 고무 젖 꼭지
작은 입속에다 억지로 밀어넣고
먹지 않겠다는 소 젖을 삼키라고 안달하면서
모질게도 남의 손에 우는 아이 넘겨 주고
담 보퉁이 돌아서 출근길 나설때
넘어 오는 설움을 꿀꺽꿀꺽 삼켰단다.
 
열 나고 보채는 놈
남의 등에 업혀서
병원 갈 일, 약 먹일 시간 일러 주면서
맡길 손 비는 날엔 이손 저손 구걸해서
하루 해를 넘겼었지.
 
방긋방긋 웃는 놈
한가하게 눈 맞춤 못 해준 빚
옹알옹알 옹알이
지치고 힘들어서 꼬박꼬박 대꾸 못해 준 빚
퇴근해서 와 보면 지친 얼굴 눈물 범벅,쉰 목소리 가슴은 아린데
못난 애미 또 놓힐까 대롱대롱 매달리며 불안하게 했던 빚
울게 한 빚, 엄마 젖 못 먹인 빚, 떼어 놓고 다닌 빚, 빚, 빚,빚…
두고두고 갚은들 어찌 다 갚을손가?
 
세월은 흐르고 그 자식 아비되어
안겨 주는 귀한 보배 가슴에 안고보니
빚만 잔뜩 남긴 세월 돌아보게 되는구나.
태산 같은 빚 덩이 녹일 기회 닿았으니 부지런히 갚아서 가벼이 해야겠기에
모처럼 기회에 빚을 갚고 싶었다.
 
부모 인생이 무엇이더냐?
자식 인생이 내 인생이고 자식이 천당이어야 내가 천당일진데
묵은 빚도 갚으면서 천당 체험도 하면서
조금씩조금씩 빚이 갚고 싶었다.
 
 
                                                                                                         
 
머니,
저희가 갚을 차례예요. 부모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자식이 얼마나 될까요?
힘겹게 사랑과 정성으로 이만큼 키워 주셨는데 갚을 빚이 또 남았으려구요.
이젠 저희가 천천히 갚아 드려야죠.반듯하게 키워 놓으셨으니 이젠 더 이상 미안해 하지 마시고가슴 속에 담아 두지도 마세요.
철부지 자식이 부모가 되어 부모 노릇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키우겠다니 걱정도 많으시고 불안하시죠?
어머님께서 어머님 생활 잠시 접으시고 강희를 키워주시겠다고 하셨을 때 감사했었어요.
종일 강희를 돌보신 날엔 밤이면 힘겨워 하시는 모습이나,팔에 붙이신 파스며 병원 다녀오셨다는 이야기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또한 젖병을 물지 않으려고 뿌리치고 잠결에 배고픔에 지쳐 어쩔 수 없이 무의식중에 급하게 분유를 들이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머님과 강희에게 너무 큰 죄를 짓는 것 같아서요.또 강희 아빠가 어렸을 때 잔병이 많았다고 해서 모유를 먹일 수 있을 때까지 먹여셔 건강하게 키우고 싶었어요. 경제적으로 조금 힘겹겠지만 아껴 쓰면 되고 강희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장기적인 투자라 생각했습니다.
강희 아빠도 이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고, 저도 휴직이 된다니 더 이상 고민할 일이 없겠더라구요. 좀 늦게 결심은 했지만 주변에서 모두들 선택 잘 했다고들 하구요. 앞으로 남은 일은 강희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는 일에 전념할게요.
어머님께서도 지켜봐 주시고 언제든 좋은 육아 정보 있으시면 가르쳐 주시고 조언 부탁드려요.
 
  
                                                                                
 
 
연숙아, 고맙다.
휴직을 결정했다니 정말 고맙다.
살면서 돌아보니 자식에게 투자하는것이 가장 확실하고 보람있는 투자라는걸 알게 되더라.그러면서 늘 내가 한 투자가 부족 했음을 후회하게 되더라.후회할 때는 이미 지나간 세월이 되어서 가슴을 아리게 하더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면서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빚만 지고 살았던 세월을 너희들이 답습 할까봐 걱정했었다.
 지혜로운 선택을 한 너가 고맙다. 네가 복을 안고 와서, 너희들 일이 잘 풀리더니 우리 강희가 희망과 기쁨을 선사 하더니 휴직건 또한 잘 해결이 되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정말 고맙다.
내가 팔이 아픈건 강희 때문이 아니다.워낙 손목이 부실해서 너를 편치 않게 했구나.난 강희 때문에 힌드는 것 없고 오히려 얻는것이 얼마인지 계산 할 수 없을 정도다.
갱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엔 최고의 명약이 손주 봐 주는 일이라고 요즘 이기적인 세상 할머니들께 큰 소리로 알리고 싶다. 강희만 보고 있으면 눈가에는 웃음을 가득담고 입에서는 나도 몰래 동요곡을 흥얼흥얼 무기력도 , 지치는 일도, 힘든 일도 전혀 없이 오히려 생활에 활력소를 얻고 있구나.
미운 마음, 어두운마음,그득한 욕심들을 마음에 담아 둘 틈이 없구나.
생긋생긋, 옹알옹알,으앙하고 우는것도 그 모습이 부처요,천사로구나.
마음 공부 따로 없고, 극락정토 따로 없어
손자 보면서 마음공부,극락 체험 만끽하고 있단다.
난 요즘 아주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너, 나한테 미안하게 생각할것 없다. 내가 너 한테 고마울뿐이다.

<변혜영, 용문초등 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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