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노신사9
작성자관리자 @ 2004.11.25 17:27:52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남자의 아내가 들어왔다
그리고 두 사람을 보고는 다가왔다
"이거였어? 그래서 내게 그런 거야. 몰랐지"
"무슨 소리야?"
"몰라서 그래. 요즘 당신 나한테 어떻게 했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거였어. 그래서 아이가 죽었을 때도 슬퍼하지 않았어. 오히려 무거운 짐을 벗어 놓는 얼굴이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희연씨 오랜만이네요"
"그렇군요. 두 사람 얘기해요. 난 이만 갈 테니까"
"가긴 어딜 가요? 이렇게 모였으니 얘기를 해야지"
"얘기라니 무슨 얘기요?"
"희연씨 남편 데리러 온 거 아니에요?"
"무슨 그런 소리가 있어요. 아니요."
"당신 그만해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옛날 애인 아니 당신 첫사랑 앞이라 챙피한가? 지금 내가 어떤 입장인데 그만 하라는 거야. 뭘 믿고 이혼하자고 했는지 이제 알겠군"
"아니야 오해야. 희연인 모르는 일이야"
"모른다고 뭘 모르는데....몰라서 여기에 있는 거야"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두 사람 문제 에요. 날 끼워놓지 말아요. 난 이만 갈 테니"
"못 가 이대로는 못 가"
남자의 아내는 여인을 막아섰다
난처해진 여인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남자의 아내도 자리에 앉았다
"희연씨 우리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
"여보?"
"당신 가만히 있어. 나 지금 희연씨 하고 얘기중이야"
"집에 가자 늦었어. 그만 일어나"
"나 보내놓고 두 사람 뭐할려고....왜 내가 방해가 되나봐"
"이러지 마라 당신 지금 취했어"
"그래 내가 어떻게 맨 정신으로 살수 있어. 아이는 그렇게 떠나고 당신마저 떠난다고 하는데 어떻게 내가 제 정신으로 살수 있냐구"
"알았어 그러니 ...."
"알긴 뭘 알아. 당신 나하고 살면서도 늘 희연씨 가슴에 담고 살았잖아. 그래서 지금 내게 헤어지자고 하는 거잖아. 아이가 잘못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집에 가서 얘기하자. 손님들도 있는데 뭐 하는 거야"
"손님. 그래 당신은 늘 나보다 다른 사람이 우선 있었어. 난 안중에도 없었지. 그런데 왜 살았니? 아이 때문에 그랬니? 그래서 이제 아이가 없으니 떠나는 거니? 이 나쁜 자식아....."
남자의 아내는 통곡에 가까운 소리를 뺏어내고 있었다
여인은 그런 남자의 아내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같은 여자로 다가오는 아픔이었다
여인은 조용히 그곳을 빠져 나와 거리를 걸었다
술기운이 언제 다 도망을 갔는지 정신이 맑았다
거리는 어둠으로 가득했고 사람들도 얼마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여인을 감싸고 있었지만 추운 줄을 몰랐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남자가 슬픔에 잠긴 아내와 이별을 하려 하다니.....
여인은 머리를 흔들었다
남자의 아내의 말이 쉴새없이 머리 속에 돌아다녔다
여인은 자신이 이곳에 올걸 후회했다
술에 취한 그 사람의 아내의 모습이 자꾸만 괴롭혔다
여인은 포장마차로 들어가 소주를 시켰다
혼자 앉아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술에만 열중했다
얼마나 마셨는지 여인은 몸을 가둘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비틀거리며 여인은 차를 잡았다
술에 취해서인지 차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해도 잡히지 않자 여인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고개를 떨구고 앉아 여인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점점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점점 울음으로 변해갔다
도저히 자신이 지금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고 앉아 있는데 택시 한 대가 앞에서는 것이었다
기사는 창문을 열었다
"아가씨 어디가요?"
"어디까지 갈 수 있는 되요?"
"데려다 달라는 곳까지 가죠. 택시가 어딜 못 가겠어요"
"그럼 나 서울 좀 데려다 주세요"
"서울까지는 요금이 조금 비싼데....."
"얼마면 갈 수 있는 되요?"
"지금 이 시간이면 길도 별로 안 막히니까 한 15만원이면 되겠네요"
"15만원이요?"
"네 왜? 너무 많아요. 그거 안주면 못 가지 . 거리가 있는데 지금 가다 눈이라도 만나면 ...."
"그냥 아저씨 갈길 가세요. 내일 가죠 뭐"
"그럼 내가 12만원에 가죠. 어때요?"
"아니요. 그냥 가세요"
"그럼 어디 숙소까지나 가요. 데려다 줄게. 길에서 이러고 있지 말고"
"그럼 그럴까요"
여인은 택시에 타서 노신사가 있는 호텔 이름을 되고 창 밖을 내다 봤다
어둠이 가득한 밖은 자신의 지금 상황과 너무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택시가 호텔에 도착했고 여인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저 없이 노신사의 방 앞으로 갔다
잠시 망설이던 여인은 벨을 눌렀다
한참만에 방문이 열렸다
노신사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
여인은 자신의 방인 듯 걸어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노신사가 방문을 닫고 들어와 보니 여인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코트를 입은 채 잠든 여인에게 다가가 노신사는 코트를 벗겼다
신발도 벗기고 이불 속에 여인을 눕혔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 주고 코트와 신발을 정리했다
자신과 헤어져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뭔지 궁금했다
노신사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무슨 인연으로 여인이 자꾸만 자신의 인생 속으로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노신사는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그때까지도 여인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노신사는 욕실로 들어가 씻고는 여인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노신사는 여인이 깨어나길 기다리면서 잠시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가 또 선생님을 찾아 왔나보군요"
"이제 깨어났어요"
"죄송해요"
"죄송은 나중에 하고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네"
여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서 씻었다
두 사람은 늦은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주하고 앉았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술이 많이 되었던데...."
"아니요. 저 오늘 서울 올라갈 꺼에요. 선생님은 언제 올라가실 껀가요?"
"나도 올라가야지. 집에서 속만 태우고 있을 아내를 봐서라도 얼른 올라가야지"
"그럼 같이 올라가요. 저 차 안 가지고 왔거든요"
"그럼 우리 커피 마저 마시고 올라가면 되겠네"
노신사가 방으로 올라가 짐을 챙겨서 오는 동안 여인은 커피숍에서 기다렸다
여인은 어제 있었던 일이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여인은 용기를 내어 남자에게 전화를 했다
"나야 희연이"
"그래 "
"어제별일 없었어. 아내한테 잘해"
"어제 내가 미안하다. 아내가 술이 많이 취해서......."
"그리고 말야. 너 나한테 올려고 이혼 같은 거 하지마. 난 너 받아 줄 수 없어"
"희연아"
"아내 곁에 있어 줘. 널 많이 사랑하잖아. 그리고 지금 너무도 힘든 상황이고....."
"희연아 나 네게 가면 안되겠니? 널 보고 나서 내가 누굴 원하는지 알았어"
"그런 소리하지마"
"난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 아내도 마찬가지야. 희연아"
"정우야 네가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그건 두 사람 문제야. 거기다 날 끼워 넣지마. 난 이미 지나간 사람이야. 너 아내를 지켜 줘 야해. 내가 아는 민정우는 자기 자리를 아는 사람이야"
"아니 나 그런 거 몰라. 내게 지금 필요한 사람은 너 희연이야"
"내가 아니라 지금의 아내가 네게 필요한 사람이야. 넌 지금 도망을 가려고 할 뿐이야.
아이가 잘못 된 것에 대해 죄책감으로 아내를 피하고 싶은 거야.
그러지마. 너도 아내를 사랑하잖아. 아니라고 하지마. 넌 아내를 사랑해. 잘 생각해.
정우가 있어야 할 자리를...."
"희연아......"
"두 사람 행복해라. 나 지금 서울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는 널 찾아오는 일 없을 꺼야.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 예쁜 아이도 다시 낳고 알았지. 그럼 잘 있어"
여인은 상대방의 말도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보니 노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서울로 출발할까"
"네 "
노신사는 여인의 눈에 물기가 맺혀있는걸 봤다
아마도 첫사랑과 작별 인사를 했구나 싶었다
차에 오른 두 사람은 서로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휴게소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렸다
오후에 서울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노신사는 다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누워 있었다
노신사가 들어 와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신 어디 많이 아파?"
".........."
"그러지 말고 일어 나봐. 할말 있어"
"할말 무슨 말 어디 해봐"
아내는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일어나 앉으며 말을 했다
"미안해. 당신한테는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여태 당신 고생만 시켰는데......."
"아는 사람이 사표를 쓰고 나와"
"그 얘기는 그만 하자. 이미 끝난 일이야. 이제 앞으로 뭘 할지를 생각하자고"
"당신 앞으로 뭐 할건데. 말해봐 뭐 할건지"
"내가 그렇게 미워?"
"그럼 지금 당신이 이쁠 것 같아서 물어"
"우리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꺼야. 그러니 이러 지 말고 힘내자 "
"그러니까 무슨 일?"
"내가 당신 고생 많이 시켰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노신사는 아내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는 남편을 본 아내는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노신사는 그런 아내를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실로 오랜만에 두 사람이 서로 포옹을 하는 것이 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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