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노신사7
작성자관리자 @ 2004.11.15 17:36:27
노신사는 방으로 올라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앞으로 일도 걱정이었지만 여인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연히 만났을 뿐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노신사는 방에 있는 커튼을 열었다
어둠으로 가득한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맥주가 들어 있었다
노신사는 맥주 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벨 소리가 들렸다
노신사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꺼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런데 다시 벨이 울렸다
문 앞으로 다가선 노신사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순간 노신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서울로 올라간 줄 알았던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노신사는 문을 닫고 여인의 앞에 앉았다
두 사람은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밤이 지나가고 멀리서 해가 바다위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노신사가 일어나 욕실로 갔다
밤을 새워서 인지 너무나 피곤했다
노신사는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나왔다
나와 보니 여인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던 여인이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노신사는 잠들어 있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여인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든 줄 알았었는데 .....
노신사는 여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을 닦아주니 여인의 눈에선 더 많은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닦아주던 노신사는 당황했다
소리도 없이 울던 여인은 노신사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그런 여인의 행동에 노신사는 침대에서 물러 나왔다
다시 의자에 앉은 노신사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려던 노신사는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노신사는 시원한 아침 공기와 만났다
잠시 호텔 주변을 산책을 하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프론트에서 노신사를 불렀다
그리고 그의 손에 방 열쇠를 주었다
여인이 나가면서 맡겨 놓았다는 것이다
방으로 올라온 노신사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어제 못 잔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배가 고파 잠에서 깨어난 노신사는 옷을 입고 식당으로 갔다
밥을 먹고 난 노신사는 바닷가로 갔다
모래 위를 걷고 있던 노신사는 모래 위에 앉아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노신사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서울에 아직 안간 모양이군요"
노신사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돌려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어제는 죄송했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요......"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요"
"박 선생님은 언제 올라가실 건가요?"
"난 며칠 더 있다가 갈꺼에요"
"저도 여기 같이 있을까요"
"........."
"아니에요. 저 그만 올라갈께요"
"희연씨 무슨 일 있어요? 혼자 마음에 담아 놓지 말고 말해요. 우리 친구잖아요"
"친구요? 정말 우리 친구에요?"
"희연씨가 내게 친구라고 했잖아요. 아닌가......"
"맞아요. 친구 맞아요"
여인은 금방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노신사는 여인의 얼굴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여인은 바다를 향해 노래를 불렀다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노신사는 옆에 앉아서 여인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생각했다
꿈과 야망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
무엇하나 두려움이 없었던 그 젊음의 패기.....
노신사는 여인의 노래 소리에 자신의 젊음을 꺼내 보고 날려보내고 있었다
"박 선생님 지금의 아내가 첫사랑이세요?"
"첫사랑........."
"네 아내와 첫사랑이셨냐구요?"
"하하하...... 그건 아니에요. 첫사랑과 헤어지고 만난 사람이지......"
"그럼 그 얘기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어떤 얘기?"
"첫사랑이요"
"첫사랑........기억의 저 편에 있는 것을......"
"남자들에게 있어 첫사랑은 뭘까요?"
"남자들의 첫사랑?"
"네. 남자들의 첫사랑이요....."
"희연씨의 첫사랑은 어디 있지?"
"전.......... 없어요"
"없다는 말속에 떠났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들리셨어요"
"희연씨 이곳에서 첫사랑 만났지? 그것도 아주 가슴 아픈 그런 사랑....."
"아...아니에요...."
"나이는 괜히 먹은게 아니라고 어제 그 첫사랑 만났었지?"
"선생님도 참........."
"뭐든 가슴에 담아 두는 건 안 좋아. 참는 것만이 좋은 건 결코 아니니까"
"아직도 그 첫사랑을 사랑하세요?"
"자꾸 도망가네..... 하하하"
"제가 그랬나요....."
노신사와 여인은 서로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바람이 차가운데도 그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각자의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바다를 보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몸을 숨기려하고 있었다
하늘이 온통 붉은 빛으로 변해가고 구름은 그 붉은 빛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세상이 붉은 색이면 어떨까?
모든 것들이 붉은 색이면 우리의 눈은 색깔을 알지 못하겠지...
붉게 변한 하늘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바다를 빠져 나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도 된 듯이 그렇게 입을 열지 않았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겨우 입들을 열었다
"서울로 올라 갈껀가?"
"아니요"
"그럼?"
"너무하세요. 이 시간에 저녁을 먹어야지 서울까지 굶고 가라는 말씀이세요"
"하하 그렇군. 그럼 우리 저녁 먹으러 갈까"
"이곳 말고 시내로 나가면 어때요. 제가 아는 곳이 있는데....."
"그럼 그렇게 하지. 차를 가지고 올게"
"아니요. 그냥 택시 타고 나가요. 술도 한잔 마시고 싶으니까요"
"그럴까....."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그리 큰 곳은 아니지만 인테리어가 잘 된 경양식 집이었다
여인은 그곳을 잘 아는 듯 했다
주저 없이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노신사도 여인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자 두 사람은 음식 먹기에 열중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두 사람은 커피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희연씨 이곳 아는 곳이죠?"
"네"
"아는 사람이 하는 곳인가 봐요. 그런 느낌인데...."
"박 선생님이 느끼신 그대로에요"
"누구냐구 물어 봐도 될까......"
조심스레 묻는 노신사에게 여인은 얼굴에 미소를 담아 내고 있었다

"아까 말한 첫사랑이 하는 곳인가?"
순간 여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노신사도 여인의 얼굴이 변하는 걸보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동안 아무 말 없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맞아요. 그 사람에게는 모르겠지만 제게는 첫사랑이죠....."
"그런데 왜......"
"어쩔 수 없이 얘기를 해야겠네요. 우리 술 한잔 마셔요"
"어디서 할까? 여기서? 아니면 다른 곳에서?"
"그냥 여기서 마셔요. 그 사람은 지금 없을 시간이니까요"
노신사가 술을 시켰다
여인은 술잔을 몇 번 비우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람이 되어 있어요"
"왜?"
"인연이 아니었나봐요. 친구의 인연밖에는 안 되는 ......"
"친구의 인연...... "
"네 참 많이 좋아 했었죠. 옆에서 보는 사람이 뭐라고 할 정도로....그런데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삼각관계가 되었겠군"
"전 몰랐어요. 그 사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음......"
"어느 날 만나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그러더니 하루는 제게 먼저 연락을 했어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만나러 나갔죠. 그런데...."
"그런데?"
"제 앞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 사람이 임산부와 함께 들어오는 거에요. 너무 놀랬죠. 그리고 전 설마 아니겠지라고 했는데........"
"........."
"두 사람이 내 앞에 앉아서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기가 막혔죠. 전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제게 그러더군요.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고.....
서울을 떠난다며 행복하라고....." 여인은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일어날 수 있는 사랑 얘기에 노신사도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 사람하고 단 둘이 만났어요. 처음 선생님을 뵙던 그 공원에서...."
"그랬군"
"전 그곳에서 그 사람을 보내면서 죽였죠. 다시는 제게 돌아 올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런데 왜 이곳에......"
"어제 그 사람을 만났어요. 이곳에 있다는 걸 오래 전에 알고 있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아서 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이곳에 계신다고 하시기에 왔어요. 그 사람을 한번쯤은 만나 보고 싶었거든요.........."
노신사는 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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