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노신사5
작성자관리자 @ 2004.11.11 11:49:30
여인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노신사는
집안 분위기가 이상한걸 느꼈다
아이들이 노신사를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가니 아내는 앉지도 않고 서 있었다
"당신 지금 어디 갔다와?"
"몰라서 물어"
"회사 갔다 온다는 거야. 지금?"
아내의 목소리는 흥분되고 커졌다
순간 노신사는 아내가 자신의 퇴직 사실을 알았다는 걸 느꼈다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는 노신사를 보던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 따라 앉았다
"어디 갔다오는데?"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데 아내가 담배를 빼앗았다
"당신 어떻게 된 거야?"
"담배 이리 줘"
아내에게 담배를 가져다 불을 붙였다
"어떻게 알았어? 회사에 전화했어?"
"말해. 어서 말을 하라고....."
아내는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지금 당신이 회사를 그만 두면 ........정말 말이 안나와서......"
"미안해. 어쩔 수 없었다"
"뭐가 어쩔 수 없어. 제 정신이야"
"그만해. 내가 지금 어떨 것 같아. 내 생각은 해 봤어"
"당신이 뭐?"
"사직서를 쓰고 나오는 난 마음이 좋은지 알아"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말해봐"
"당신 정말........"
노신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다는 듯 아내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내의 얼굴을 화로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노신사에게 달려 들 기세였다
"미안하다.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매일 불러가서 사직서 가져오라고 하는데 ....."
"누가? 누가 당신더러 사직서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노신사는 길게 숨을 내 쉬었다
"내 청춘을 바침 회사야. 당신하고 아이들한테 제대로 남편구실 아빠구실 못하고 그렇게 회사에만 충성한 나야. 그런데 그 회사가 내가 필요 없다고 나가란다"
"왜?"
"그만 하자. 쉬고 싶다"
"쉰다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앞으로 생각해야지"
"앞으로 뭘 할건지 생각도 안하고 사표부터 썼다는 거야"
"그만 하자고 했어. 난들 지금 편한지 알아. 왜 늘 당신만 생각해"
"내가 언제 나만 생각해?"
"지금도 그래. 회사에서 권고 사직 받고 매일 매일을 시달리다 사표 쓰고 나온 남편을 위로는 그만하고 이게 뭐야?"
"위로.... 지금 위로라고 했어. 당신이 뭘 잘 했다고 위로야"
"미리 말 못 한 건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내 입장이 있잖아. 왜 그걸 몰라주니"
"지금 당신 입장이 중요해. 아이들은... 아이들은 어쩔 건데?"
"아이들이 왜?"
"왜? 아직 학생인거 몰라서 그래"
"학생이면 학교 다니면 되지. 어쩌라고....."
"등록금이 얼마 인지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여보?"
노신사는 급기야 아내에게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런 노신사의 소리에 아내는 잠시 멈칫했다
"당신 힘들게 사는 거 알아. 하지만 나도 좀 봐줘라. 매일매일 젊은 상무 실에 불러가 사직서 가져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니......."
"그렇다고....."
"나도 버티고 싶었다. 그런데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어.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걸........"
"당신......"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냐. 당신이 아이들 소중히 여기는 것 잘 알고 있어. 일년만 버티면 졸업이잖아. 난 생각이 없어서 이렇게 했겠어. 당신한테 제일 미안해........."
축 쳐진 남편의 모습에 아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방을 나가서 저녁을 차렸다
식탁에는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가득한 식탁은 그저 숨이 막힐 뿐 이였다
저녁을 마친 노신사는 가방 하나를 만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아내가 노신사의 곁으로다가 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나 며칠 바람이나 쐬고 올게"
"바람?"
"응. 며칠만 다녀올게"
"팔자가 늘어졌군"
노신사는 아내에게 한 마디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아무 말 없이 노신사는 가방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다
노신사는 무작정 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일단 집에서 나오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갈곳이 없는 노신사는 일단 도로 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낮에 여인에게 받은 명함을 꺼냈다
'정 희연'
노신사는 명함을 들고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망설이던 노신사는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에 노신사는 바다에 도착했다
어둠이 가득한 바다에 차를 세우고 숙박업소를 찾았다
호텔이 눈에 들어 왔다
노신사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가벼운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노신사는 일찍 자리에 누웠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자신만 생각하고 싶었다
자신의 젊음을 받쳤던 회사에서 버려진 자신이 더 비참했으니까....
아침 햇살에 노신사는 눈을 떴다
바다를 통해 보는 태양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침을 먹고 노신사는 바닷가를 걸었다
겨울이라 바닷가에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이르기도 했지만 텅 빈 바다를 찾는 사람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도 했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이니 더 바다는 외롭게 있었다
모래 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면서 걸었다
다시 호텔로 들어와 노신사는 수화기를 들었다
"정 희연씨 부탁합니다"
"제가 정 희연 입니다. 말씀하세요"
"박 동준 입니다"
"아 박 선생님"
여인의 목소리는 반가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저.........."
"박 선생님 말씀하세요"
"아니 그냥 했어요. 바람 쐬러 왔다가 ....."
"서울 아니 시군요. 어디세요?"
"바다에 왔어요. 답답해서......"
"제가 바빠서 지금은 움직 일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계실 건가요?"
"글세..... 아직 생각하지 않아서....."
"박 선생님 제가 길게 통화를 못하거든요. 계신 곳 연락처 주세요. 이따가 연락 할께요"
여인은 급히 전화를 끊었다
통화중 여인을 급히 찾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그 일 때문 일 꺼라 생각하고 노신사는 수화기를 내려 놨다
침대에 누워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미소가 생기는걸 느꼈다
노신사는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여인이 연락을 한다고 해서 나갈 수도 없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전화가 오면 ........
노신사는 아무리 채널을 돌려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노신사는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노신사는 요란한 벨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여보세요?"
"손님. 지금 프론트에 손님을 찾아오신 분이 계십니다"
"손님이요?"
"네"
"그래요. 누구라고 하죠? 내가 여기 있는걸 아무도 모르는데...."
"잠시만요"
"네"
"정 희연씨랍니다"
"정 희연씨....."
순간 노신사는 몸이 얼어 버리는 듯 했다
나중에 전화를 한다고 했던 사람이 지금 프론트라니....
노신사는 알았다고 하고 수화기를 내려 놨다
긴장된 모습으로 노신사는 프론트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그곳엔 정 희연이란 여인이 서 있었다
여인이 노신사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떻게....."
"호호 연락처 주셨잖아요. 전화 드릴려다가 친구가 필요하실 것 같아서 내려 왔어요"
"그래요....."
"뭐에요? 저 잘못 온 거 같은데 다시 올라갈까요?"
"아니 그런게 아니고.... 조금 놀래서 그런 거지요"
"저 지금 배가 많이 고파요. 저녁 드셨어요?"
"아니 아직"
"그럼 잘 되었네요. 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앞장서서 나서는 여인의 뒤를 따라 나갔다
"박 선생님 많이 놀라셨죠?"
"많이 놀랬어요"
"그렇다고 저 보고 지금 올라가라고는 하지 않으시겠죠. 배고픈사람 밥은 먹여서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회 먹으러 가요"
여인은 노신사를 횟집으로 끌고 갔다
그런 여인이 마냥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왜 이 젊은 여자가 자신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져 주는지 의아했다
젊음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데.......
횟집에 끌려 들어가 앉으니 여인은 자신이 먹고 싶다며 회와 술을 시켰다
밥도 달라며 배고픔을 알리고 있었다
여인은 자신에게 뭐라고 말하는데 노신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입술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과 환하게 웃는 모습만이 눈에 들어 왔다
상에 음식들이 차려지고 여인은 젓가락을 들고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신사는 그런 여인을 보며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상추에 회 한 점을 싸서 노신사 앞에 내미는걸 받아서 먹었다
여인은 소주잔 두 개에 술을 채우고 있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여인은 노신사와 건배를 하고 술잔을 비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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