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노신사4
작성자관리자 @ 2004.11.10 17:35:40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시장기가 돌았다
노신사는 텅 빈 사무실에서 나왔다
동창회에 가니 저녁을 먹고 들어오라는 아내의 음성이 귀에 맴돌았다
노신사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소주에 국수를 먹었다
소주병이 비워졌다
노신사는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이 참 탐스럽게도 내리고 있었다
젊은 연인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한 자리에 멍하니 서 그들의 뒷모습까지 바라보았다
눈은 바람을 타고 온 세상을 덮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니 어둠이 노신사를 맞이했다
텅 비어 있는 집
노신사는 집에 불을 켜고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먹다 남겨둔 술을 컵에 따라 거실로 왔다
아무 생각 없이 TV를 켰다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전해졌다
노신사는 문득 여인이 생각이 났다
점심시간에 온다고 하더니 왜 오지 않을 걸까?
그리고 그 청년을 또 누구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노신사는 여인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었다
아침에 도착한 그 마음에 노신사는 여인이 보고 싶었다
술잔이 바닥이 나고 노신사도 취기가 돌았다
잠시 기대어 앉아 있어야겠다는 것이 그만 잠이 들었다
목이 말라 잠에서 깨어 보니 거실은 어두웠다
물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언제 왔는지 아내가 자고 있었다
자신이 거실에서 그렇게 자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노신사는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 아내에게 노신사는 남편이 아니었다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었다
그건 아내 뿐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노신사는 담배를 물고 나와 베란다로 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세상 속에 노신사는 빨간 담배 불을 붙였다
자신이 다 쓰지 못한 사직서를 생각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노신사는 무언가 결정을 내린 듯 베란다에서 들어 왔다
방에서는 아내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노신사는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한 노신사는 어제 넣어둔 사직서를 꺼냈다
그리고 겉봉에 사직서란 글씨를 썼다
젊음을 다 바친 회사
그러나 그 회사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싶지 않다
어둠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둠에서 깨어 나는 하늘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짙푸른 하늘을 보며 가슴을 펴고 숨을 내 쉬었다
아직 출근시간이 되려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다
노신사는 회사 근처에 있는 해장국집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집에서는 늘 아침에 빵을 먹었다
아무리 밥을 먹자고 해도 아내는 듣지 않았다
뜨거운 해장국이 들어가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다시 사무실로 향하면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았다
세상은 온통 노신사 편인 듯 평온했다
결심하기까지가 어려웠지 이미 결정을 해 놓고 보니 마음이 가벼웠다
아직 사무실에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노신사는 자리에 앉아 오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을 했다
노신사는 상무 실로 향했다
양복 안주머니에는 사직서가 들어 있었다
"상무님"
"어서 오세요"
"네"
"그런데 어쩐 일로........"
"이거..."
사직서를 받아 든 상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노신사는 얼굴을 돌렸다
"박 부장님 생각 잘 하셨습니다. 퇴직금은 섭섭하지 않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일이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
"그럼 앞으로 뭐 하실 겁니까?"
"글쎄요. 이제 생각해 봐 야죠"
"업무처리는 ......"
"진행 중이던 것은 마무리되었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오늘 안으로 책상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내일까지 퇴직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경리과에 들리셔서 통장 확인해 주세요"
"네. 그럼 이만....."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노신사는 상무의 배웅을 받으며 상무 실을 나왔다
그리고 경리과에 가서 자신 앞으로 개설되어진 통장 계좌 번호를 알려주고 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을 정리했다
정리하고 보니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사무실를 나오는데 직원들이 따라 나왔다
아쉬운 배웅을 받으며 20년 넘게 근무한 회사를 나왔다
자신의 젊음이 담긴 회사였는데.......
노신사는 상자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회사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차를 무작정 몰았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은 그저 한없이 달리고 싶었다
저녁에 노신사는 집으로 들어갔다
이른 귀가에 아내는 의아해 했다
"당신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들어 왔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나........"
"뭐야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아니야 "
"뭔데 말하려다 말어"
"배고픈데 저녁 아직 안됐어?"
"응 아직......"
"그럼 오늘 나가서 외식할까?"
"외식은 ........"
"그러지 말고 나가자. 아이들은 아직 안 들어 왔어?"
"아이들이 벌써 들어오나 당신이 오늘 일찍 들어 온 거지"
"그런가........"
"무슨 일이야?"
"뭐가? 그냥 당신하고 오랜만에 외식하고 싶어서... 가자 어서 준비해"
"그럼 잠깐만 기다려"
아내는 외식하자는 노신사의 말이 싫지 않은 듯 방으로 들어가 준비를 하고 나왔다
노신사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아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아내의 얼굴은 밝았다
그런 아내에게 말 할 수가 없었다
노신사는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 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신사는 마음이 불편했다
아내가 의논 한마디 없이 퇴직한 사실을 알면 ..........
머리를 가로 저었다
노신사는 베란다로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만 하늘에 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렇게 그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노신사는 아침에 늘 그렇듯이 일어나 집을 나섰다
마땅히 갈곳도 없는데........
차를 몰고 간 곳은 여인을 처음 만난 공원이었다
차에서 내려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앉았던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한시간이 흘러갔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당신은........."
"그날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그런데 어떻게......."
"바람 쐬러 왔어요. 그런데 얼굴이 안 좋아 보이세요"
"그런가........"
"점심은 드셨어요?"
"아직.........."
"시간이 몇 시인데...... 일어나세요. 점심식사 하시게요"
여인은 노신사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노신사는 아무런 거부도 없이 일어서 공원을 걸었다
"무슨 일 있으시죠?"
"..........."
"제가 알아 맞춰볼까요"
"............"
"선생님 회사 그만 두셨죠. 집에는 말씀도 안 했을 테고 출근을 해야 하니까 이곳으로 오셔서 그러고 계신 거죠. 제 말이 맞죠"
"맞아요. 이곳으로 출근을 했지........"
"생각보다 빨리 사표를 내셨군요"
"그렇게 됐지......"
침울해지는 노신사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다시 공원으로 왔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공원 안을 걸었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 온 두 사람
먼저 말을 꺼낸 건 여인 이였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글세........."
"집에 알리셔야 하잖아요. 너무 오래 끌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생님이 힘드실꺼에요"
"그렇겠지......"
"이건 제 명함이에요. 제가 도와 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그러지........"
명함을 받아 든 노신사는 여인을 바라 보았다
여인은 노신사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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