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노신사2
작성자관리자 @ 2004.11.09 16:37:46
한참을 기다려도 여인은 오지 않았다
여인 대신 노신사 앞에는 차 한잔이 놓여졌다
노신사는 여인을 기다리며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이게 뭐지...무슨 차지..'
노신사는 입에 가져가 찻잔을 내려 놓았다
난생 처음 마셔보는 차였다
차가 입에 들어가자 입안이 시원해졌다
향도 맛도 도무지 모르는 차였다
따로 차 주문을 받지도 않더니 이상한 차를 가져다 주었다
노신사는 여인을 기다리며 쇼파에 몸을 기대였다
술을 한잔해서인지 졸음이 밀려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8시가 되지 않았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어둠은 빨리 찾아 왔지만 시간은 그리 빨리 지나가지 않았다
노신사는 점점 졸음이 밀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쇼파에 기댄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노신사는 놀라서 잠에서 깨었다
언제 왔는지 여인이 앞에 앉아 있었다
"많이 피곤하셨나봐요?"
여인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조금은 멋적어 노신사도 따라 웃었다
"어디 다녀왔어요?"
"이곳은 제가 잘 아는 분이 하시는 곳이에요. 오랜만에 왔더니 얘기가 길어졌어요. 죄송해요 . 화나신거 아니시죠?"
"그랬군요. 난 무슨 일이 생겼나했죠"
"그런데 왜 차를 안드셨어요?"
"차 맛이 이상해서......."
여인은 빙그레 웃었다
"선생님 이런 차 처음 드셨군요?"
"어떻게....."
"이건 허브차에요. 박하 아시죠? 머리를 맑게 해주죠"
"박하라면....."
"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박하사탕이요. 그 시원한 맛이 느껴지셨죠."
"맞아요. 그랬어요"
"여러가지 일로 머리가 복잡하신거 같아서 박하차를 드리라고 했어요. 처음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죄송해요"
"아니요. 날 생각해서 그런건데...."
"9시에요. 댁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전 술을 마셔서 운전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는 분이 모셔다 드릴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아니 그냥 혼자 가지요"
"왜요?"
"신세를 너무 많이 지는 것 같아서........"
"선생님 이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모르시죠? 여긴 아무나 아는 곳이 아니라서 길을 잘 몰라요. 모셔다 드릴께요"
"그럼 부탁을 하지요"
"참 선생님 명함 한장 주세요"
"이제 곧 나올 회사 명함은 뭐하게요?"
"싫으세요. 그럼 그만두세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 한 장 주세요. 나중에 제가 연락 드리면 커피 한잔 사주세요"
"여기 명함이요. 아가씨도 한 장줘요"
"전 명함이 없어요. 제가 연락 드리죠. 괜찮죠?"
노신사는 여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미 차가 노신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인은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조심해서 가세요. 제가 내일 점심시간에 연락 드릴께요"
"그래요......"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차 문은 닫히고 차가 움직였다
한참을 걸어 온거 같은데 차를 타고 나가니 금방이었다
아까 저녁을 먹은 곳이 휙 하고 지나갔다
차안에서 노신사는 오늘의 일을 생각했다
공원에 가서 여인을 만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처음보는 사람인데 .....
누구의 소개도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젊은 여자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고......
노신사는 갑자기 머리가 복잡했다
뭔가 자신이 실수를 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 이면에 여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고개를 젖고 있을 때 차가 멈추었다
밖을 내다보니 노신사의 집 앞 이였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집이라고 들어 가봐야 누구 하나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아내는 TV앞에서 ......
노신사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아내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정년퇴직이 일찍 찾아 온 것을.....
언밀히 말하면 정년퇴직이 아니라 권고 퇴직이 맞는 말이다
그것을 아내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
노신사는 머리가 아팠다
담배를 꺼내 물고 자리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노신사의 아내가 들어왔다
"뭐야. 여기서 담배 피려고....나가서 피워요. 방에 냄새 나요"
차갑게 말하는 아내의 말을 뒤로하고 노신사는 베란다로 나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겨울의 밤하늘은 서럽기만 했다
자신의 모습을 닮아서 그런가........
노신사는 한숨인지 담배 연기인지 알 수 없는 숨을 토해냈다
담배의 불도 꺼지고 하얀 입김만 나오고 있었다
노신사는 빈 하늘을 바라보았다
공허하기만 한 하늘을 한없이 쳐다보다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액체를 느꼈다
노신사는 웃음이 나왔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식구들이 보면 뭐라고 말할까?
특히 아내가 이 모습을 본다면 하고 생각하니 쓴웃음이 번졌다
노신사는 베란다에서 들어와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미 아내는 잠을 청하고 있었다
늘 이런 식이었다
아내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 노신사가
하고싶은 일을 하려고 하면 잔소리를 했다
젊은 시절 그리도 좋아하던 낚시도 아내의 반대로 노신사는 그만 두어야했다
그리고 자신의 회사 일에 늘 바쁘기도 했지만.....
노신사는 지금 밤낚시를 떠나고 싶어졌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노신사는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만약 낚시를 간다면 아내는 자신에게 말로 표현 할 수도 없는 폭언을 할 것이니까
노신사는 아내와 등을 돌리고 누웠다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나를 생각하던 노신사는 자신이 한없이 한심해졌다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노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을 열고 물병을 찾았다
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잠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다시 베란다로 나온 노신사는 빈 허공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정말이지 힘겨운 날이였다
회사에서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어둠으로 가득한 집안을 바라보다 노신사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시계가 자정을 벗어나고 있다
노신사는 무작정 거리를 걸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 무엇이 남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아내는 늘 잔소리에 자식들은 그저 돈만을 외치고 있으니......
당장 퇴사를 하고 나면 어찌해야할지 너무도 막막했다
노신사의 걸음은 무거워지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무게 만큼이나......
거리에는 술이 취한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그들도 나처럼 힘들어 술을 마시리라 생각하고 노신사는 그들을 지나쳤다
한참을 걸어 가다보니 포장마차가 보였다
시간이 늦었는되도 사람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노신사도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뭘로 드릴까요?"
"소주 한 병 주세요"
"안주는요?"
"안주요...... 아주머니 알아서 주세요"
"꼼장어가 있는데 어떠세요?"
"네 주세요"
노신사는 혼자 앉아 소주잔에 술을 채우고 비우고 다시 채우고 했다
소주 두 병을 비우고 나서 노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이 취하고 자신의 무능력함에 취하고......
노신사는 풀어지는 다리로 왔다갔다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집앞 공원에 노신사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노신사는 목놓아 울었다
남자의 눈물은 가슴에서 나오는 거라고 했다
도저히 더 이상 참을수 없을 때 .....
자신을 통제 할수 없을 때 터져나오는 비명......
어느 누구에게도 이 약한 모습을 보일수 없어 혼자서 가슴으로 운다고 했다
50이 넘은 남자의 눈물은 어떤것일까?
그 비명을 들어 본적이있는지.......
남 몰래 차가운 겨울 밤 바람을 맞으며 그것도 큰 소리로 운다
술 기운을 빌어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면서 지금 노신사는 그렇게 울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알까?
어둠은 알까?
노신사의 그 아픈 마음을.......
집으로 돌아온 노신사는 아무일 없었던것처럼 잠을 청했다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울어서 그랬는지 쉽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요. 출근해야죠"
"응 알았어. 금방 나갈게"
또다시 아침이 밝아 왔다
하루의 시작은 늘 어김없이 찾아 온다
누가 오라고 한것도 아닌데 언제나 한결같이 온다
노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혼자 출근 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입안이 영 불편했다
어제 마신 술이 문제인 것 같다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은데 오늘도 식탁엔 빵이 올라와 있다
노신사는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근하는 노신사를 식구들은 그냥 쳐다볼 뿐 아무도 왜 그냥 나가냐고 묻지를 않았다
이것이 가족인가 하는 회의를 느끼며 노신사는 현관문을 나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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