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참사랑
작성자관리자 @ 2004.09.24 10:52:49




굳건한 소나무처럼-도봉산 봉우리 자금색으로 물들고/040919 이귀인찰영


    참 사랑



    우리는 너무 눈앞의 이익과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안타까을때가 참 많습니다. 눈 앞만 내다보니까, 주위를 살펴볼 겨를도, 자기를 반조해 볼 사이도 없는 것이 당연하구요. 저는 매일 새벽에 북한산을 오릅니다. 해드렌턴을 켜고 아직 아무도 밟지않은 산 속 오솔길을 오를때의 기분은 아무도 모릅니다. 산 속 깊이 들어갈 수록 조그마한 소리도 어찌나 크게 잘 들리는지.... 풀벌레의 구애(求愛)소리, "졸졸졸..." 때로는 "쏴아..." 계곡 물소리, "똑 또르륵..." 만물을 깨우는 산사의 목탁소리... 이 맑은 소리들이 막혔던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줍니다. 한발 한발.....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릅니다. 얼굴, 머리, 목, 등허리, 아니 온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속옷과 맨살이 착 달라 붙을때쯤 뒤로 돌아 아래를 내려봅니다. 내가 사는 서울이 깜빡깜빡 졸고있는 가로등 아래서 포근히 잠을 잡니다. 고층건물이라야 성냥곽 네 다섯개 포개놓은 듯 작게 보입니다. 한강 물줄기는 지렁이 한 마리 기어가는 정도로 보이고, 한강다리는 성냥개비 눕혀 놓은듯 합니다. 아파트 밀집지역은 실내의 조감도를 연상시키고, 작은 건물이나 단독주택은 딱정벌레만큼 작게 보입니다. "아, 내가 저 안에서 매일같이 아옹다옹 하는구나." 어제는, 무엇을 잘못했고, 누구에게 미안하고, 누구를 속이면서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였고... 등등. 자신도 모르게 겸허해지며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래맞아, 오늘 사무실에 가면 내가 먼저 큰소리로 인사해야지, 친구에게 전화해서 어제 일을 사과 해야지, 거래처에 전화해서 여직원이 친절하다고 칭찬해 주어야지...등등 자신도 모르게 좋은생각과 하루의 계획이 떠오릅니다. 새벽산행은 이런 귀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어 하루도 거를수가 없지요. 얘기가 조금 빗나간것 같네요. 일제때 절간 얘기 하나하겠습니다. 큰 사찰에 '수월' 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지스님이 있었습니다. 삼년동안 계속하여 가뭄이 들고 농사가 흉작이었습니다. 백성들은 끼니를 이을 식량이 없어 굶기를 밥먹듯하였지요. 그러나 이 절의 창고에는 쌀이 가득하였습니다. 이 절에서는 하루에 한끼만 드는 율법이 있었는데 수월스님은, "온 나라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끼니를 잇지 못하는데 우리만 쌀밥을 먹어서 되겠느냐? 오늘부터 흰 쌀밥 대신 죽으로 바꾸어라." 라고 지시를 하였지요. 이어서, 절간의 모든 스님들을 모아놓고, "내일부터 절 주변에 있는 산을 개간하여 논밭을 만들겠다. 마을에 내려가서 사람들을 모아 오너라. 개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쌀을 내어주겠다." 이 소문은 멀리까져 펴져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지요. 가난은 나랏님도 구하지못한다고 하는 판국에... 배불리 먹여주고,품삯으로 쌀을 내어주니 이런 횡재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나 일의 능률은 보잘 것 없었지요. 배불리 먹고 쌀을 챙기는데만 눈독을 들였지 애시당초 일을 할 의욕은 없었으니... 절간의 창고가 바닥이 났습니다. 그러나 개간으로 일군 논과 밭은 형편없이 적었지요 밥대신 죽으로 바꿀 때 부터 꾹꾹 참고 있던 젊은 스님들이 들고 일어났지요. 그래서 대중공사가 열렸습니다. 대중공사란 사찰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 소속한 모든 스님들이 참가하여 난상토론을 벌이고 거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 결정은 하늘 아래에서 가장 지엄한 것이지요. 어느 누구도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번복할 수가 없는 그야말로 지상명령이랍니다. 대중공사에 참여한 스님들 모두가 수월스님을 질책하는 것이었지요. "수월스님은 주지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하여 절살림을 거덜냈으니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 창고에 가득했던 쌀로 논밭을 사면 수 만평을 살수있는데, 개간을 한답시고 고작 몇 백평의 논밭을 일구고 쌀을 모두 축내어 부처님께 큰 죄를 지었으므로 마땅히 물러나야한다." 라고. 최종 결정을 하기 전, 수월스님에게 소명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부처님은 자비를 가르치셨다. 우리는 부처님의 제자이므로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온나라가 계속된 가뭄으로 백성이 굶는데, 백성들의 시주로 연명하는 우리가 어찌 흰 쌀밥을 먹을수 있겠는가." 말씀은 계속됩니다. "그대들은 나에게 창고의 쌀을 축냈다고 하는데, 나는 한 톨의 쌀도 낭비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굶는데 어찌 바라만 보는가. 이 쌀은 백성들이 부처님께 바친 것이다. 당연히 백성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문제는 돌려주는 방법인 것이다. 그냥 돌려주면 백성들의 마음이 더 나태해져서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손을 벌릴 것이다. 그래서 개간을 시작한 것이다." 말씀은 계속됩니다. "백성들은 일을 하고 떳떳하게 쌀을 받아가니 일의 즐거움과 부지런함을 배운 것이요, 절에서는 개간으로 땅이 생겼으니 좋고, 버려진 땅을 논밭으로 바꾸었으니 이만 하면 일석삼조의 애국자가 아니겠는가." 말씀은 이어집니다. "창고의 쌀을 풀어서 땅을 샀으면 수만평을 산다고 하였는데, 절간이 땅투기 하는 곳인가. 있는 땅을 사고 파는 것은 전혀 생산적이 아니다. 더군다나 백성들이 양식을 구하기 위해 헐값에 내놓은 전답을 절에서 사들인다면 부처님도 돌아앉을 일이다." 모든 스님들은 울먹이면서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짧은 안목을 참회하면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산행할 때마다 수월스님의 맑고 담백하며 참사랑에 가득한 마음을 떠 올려봅니다. 나, 너, 우리는 맑은가... 담백한가... 참사랑이 있는가? 추석을 맞이하여 들뜬 마음에 던지는 화두입니다. 2004년 9월 23일 추석을 며칠 앞두고 월천 이귀인 글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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