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모두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
작성자관리자 @ 2004.09.18 23:06:43

***몸과 마음이 모두 자유로운 사람이 되라***
명예와 이익을 위한 다툼은 남들에게 맡기되 모두가 여기에 열을 올려도 미워하지 말라. 고요하고 담박함은 스스로 즐기되 홀로 깨어 있는 것을 자랑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이르는 '법에도 얽매이지 않고 공에도 얽매이지 않는'것이니 몸과 마음이 둘 다 자유로운 사람이다.
깨달음에 이른 수도승이 혼자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포악하기로 소문난 강도를 만나게 되었다. 강도는 수도승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말했다. "목숨이 아깝거든 가진 걸 몽땅 내놓아라." 그러나 수도승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말했다. "그것 참 듣기 좋은 말이군! 그렇지 않아도 마음 속에 보물이 너무 가득해서 어디에다 덜어버리고 싶었는데 자네가 가져가기만 한다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신경 쓰지 말고 모두 가져가게나."
수도승의 뜻밖의 말과 행동에 놀란 강도가 되물었다. "마음 속의 보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수도승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더니 강도에게 물었다. "마음 속의 보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게. 그러면 나도 자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강도는 수도승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좋아. 궁금한게 뭔가?" 수도승은 강도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뭔가?" 수도승의 물음에 강도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식구들 때문이지. 늙은 어머니와 아내, 내 자식들 때문이지. 난 단지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나쁜 줄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
강도의 대답에 수도승이 재차 물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지. 만약 자네가 저지르는 이 악행의 업보를 식구들 중 자네 대신 받을 사람이 있겠는가?" 강도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식구들은 당연히 나를 대신해서 그 업보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같이 먹고살기 위해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니까...."
그러면서도 강도는 뭔가 미심쩍은 듯 말끝을 흐렸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수도승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좋아. 그렇다면 나와 내기할까? 나를 나무에 묶어놓고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에게 죽은 다음 자네가 진 업보를 대신 받아줄 사람 이 있다면 마음속의 보물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황금까지도 모두 자네에게 순순히 내어주겠네." 그 말을 들은 강도는 곧장 수도승을 묶어놓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강도는 제일 먼저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내가 이승에서 지은 업보를 대신 받아줄 수 있겠지?" 뜻밖에도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이렇게 반문했다. "나는 당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어요. 그런데 왜 당신의 업보를 제가 대신 받아야 하는 거에요?"
아내의 말을 들은 강도는 이번에는 어머니에게로 갔다. 심하게 생각하자면 아내와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치고 그래도 자신을 낳이 기른 어머니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대답은 강도를 더 큰 슬픔 속으로 빠뜨렸다. "무슨 말이냐? 내가 너의 업보를 대신 받다니. 너를 낳아 기른 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이제는 업보까지 대신 받아달라는 거냐? 이런 불효 막심한 녀석!"
강도는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지은 죄의 업보를 대신 받아줄 수 없으며 결국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만이 질 뿐이었다. 강도는 힘없이 수도승에게 돌아와 무릎을 꿇었다. "이제 모든 것을 알겠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식구들은 내가 지은 업보를 저 혼자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계신 마음의 보물이 무엇인지 이제부터 제게 가르쳐주십시오." 수도승은 강도의 축 늘어진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강도를 데리고 길고 험한 수행의 길을 정처없이 떠났다.
-홍자성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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