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배밭에서 ▒
작성자관리자 @ 2004.09.14 00:44:10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들판이며 산들이
빠르게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논들도 푸른색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하고
사과며 배도 제 색깔을 찿아가고 있습니다.
파란하늘~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끌려 두천못쪽을 향해 가다보니
갈색봉지를 쓴 배들이 주렁주렁 달린 배밭이 보였습니다.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긴 터널을 따라 양쪽으로 배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이 나무들이 철근을 따라 자라게 묶어 두었습니다.
예전에 나무들은 키가 크고 위로 자라서 따기가 참 힘들었었는데, 이렇게
나즈막히 달리면 따는게 훨씬 수월할것 같습니다.
나무 아래는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말끔하게 풀을 베어 놓으셨네요.

저 봉자들을 벗기면 어떤 얼굴의 배들이 나를 반길까? 너무나 궁금해서
몰래 하나 벗겨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 혼나겠죠?
 
 
주렁 주렁 많이도 달렸습니다.
하나 하나 봉지를 다 씌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래도 저 봉지 하나 정말 벗겨보고 싶은데 하는 마음으로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봉지를 쓰고 있지 않은 배를 하나 발견했어요.
바로 얘랍니다. 예쁘죠?
아직은 앳된(?)  모습의 배예요. 그래도 뚝 따서 먹으면 정말 맛날것 같은데..^^

기계 소리를 따라 가보니 무성한 풀들을 기계로 깨끗이 베고 계시는
주인아저씨가 계시네요^^
이분이 주인이신 황석기님이랍니다.
제가 이리저리 쫒아 다니고 배를 만져보고 하는데도 웃기만 하시네요.
작업하시는거 좀 찍을게요~ 하고 말씀 드렸더니 멈춰진 기계에 힘차게
시동을 걸고 계신답니다.
무성하게 자랐던 풀들이 말끔해지는 순간입니다.
이 풀들은 썩어서 배나무의 거름이 되겠죠?

사진 찍는다고 포즈까지 취해 주시네요.
불쑥 찿아가 배밭을 휘젓고 다니고 사진 찍는다고 법석을 피우는데도
싫은 내색 하나 없으십니다.
풀이 기계와 만나는 순간 ~ !!

주인아주머니가 멀리서 보시고 쫓아나오셨습니다.
농협 지대길 과장님의 누님 되신다던가요? 지영희님이십니다.
오자마자 배를 따시더니 깍고 계시네요.
이렇게 지나 다니는 모든분들께 넉넉한 인심을 베푸시나 봅니다.

단물이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배가 정말 맛났습니다.

너무 높게 자라지 말라고 나무를 끈으로 묶어서 땅에 매어 놓았습니다.
키가 크면 따기가 쉽지 않겠죠?


배나무 윗쪽 돌로된 축대 위에는 감나무들이 탐스런 둥시감을 달고 있습니다.
아직 홍시가 없어서 얼마나 안타깝던지..^^
배밭으로 가시더니 열심히 배를 따서 자전거 바구니에 담고 계십니다.
뭘하시려나? 했더니 저희들 주시려고 그러셨습니다.
멀리 돌담길 끝에 보이는곳이 집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가시는 모습이 흡사 영화속 한장면 같이 예뻤답니다.
마침 석양이 고운 저녁때라서 더 예뻤는지도 모르겠네요.

자전거바구니에 가득 따담으신 배는 저희에게 주셨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집~! 돌담!  배가 영글어가는 과수원! 지는 저녁빛!
수채화 한폭을 보는듯 아름다웠습니다.

과수원 윗쪽으론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답니다.
오래도록 노을과 배나무와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이 가슴에 남아 있을것 같습니다.
풍요로운 가을 저녁~!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황석기님댁  과수원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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