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함께 가보고 싶은 곳
작성자관리자 @ 2004.08.24 20: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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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선운사만 보고 갈 수 있나요?

높고 넓은 들, 고창의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소개합니다
"고창" 하면 제일 먼저 동백꽃 흐드러지게 핀 선운사가 떠오른다. 아마도 이른 봄부터 지독히도 떠들어대는 국내 여행사들의 상품 홍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고창에서 선운사를 둘러보지 않는 것은 단팥 없는 찐빵을 먹는 것만큼이나 밋밋하고 맛없는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창의 아름다움이 어디 선운사뿐이랴. 선운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다음 동백꽃이 필 시기를 위해 고이 간직하기로 하고 다른 목적지를 찾았다.

고창읍성을 찾은 건 이른 아침이었다. 아직 푸른 빛이 내도는 것만 같은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고창읍성은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흔히 봤던 평면적인 성의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 성문을 둘러싸고 반원형의 미로처럼 쌓아 올려진 성곽은 새로운 느낌과 함께 아름답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 성 위에서 바라본 고창읍성의 모습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단종 원년에 호남 주민들이 쌓았다는 고창읍성은 높이가 4~6미터에 이르고 성곽 둘레만 1.7 킬로미터에 이른다. 크고 작은 돌들을 사용해 빈틈없이 잘 쌓아 올렸다. 당시에 그 성을 쌓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 터. 이 성을 쌓기 위해 피땀 흘렸을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성곽 주변의 담쟁이로 되살아 나는 것 같아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고창읍성에는 윤달에 성곽의 돌을 머리에 얹고 성을 돌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에 간다는 재미난 속설이 전해온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성을 따라 걷는다. 굳이 무병장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고창읍성에 가면 절로 성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 돌을 머리에 얹고 성을 도는 여인네들
성의 폭은 1미터를 훨씬 넘지만 난간이 없어서인지 성 위에 올라서 걷다 보면 밑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스릴감이 느껴진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발 밑에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능선을 따라 등산을 하는 듯하다. 마침 때맞춰 피어난 선홍색 철쭉과 어울려 고창읍성의 모습은 한 장의 그림엽서를 떠올리게 한다.

▲ 철쭉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고창읍성
어느 순간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새로 잎을 띄운 모든 나무와 풀들이 허리를 굽혀 겸손한 마음으로 바람을 맞는다. 숲에서 파도 소리가 인다. 눈을 감으니 바닷가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숲에서 듣는 파도 소리. 아이는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느냐고 묻는다.

▲ 성곽 문틈으로 바라본 고창읍내 모습
성 안 쪽의 숲속으로도 산책로가 있다. 이른 아침을 깨우듯 이름 모를 새들이 앞 다투어 즐겁게 지저귄다. 경쾌한 새소리와 상큼한 공기, 숲이 만들어내는 파도 소리는 오감을 즐겁게 만든다. 어느 여행지에서 이런 여유와 행복한 맛볼 수 있을까.

숲 한 쪽으로 맹종죽림이라는 대숲이 있다. 몇 십 년은 됐을 듯 싶은 굵고 키 큰 대나무 군락지다. 마침 죽순이 자라는 시기인데다 무분별한 관람객들의 낙서로 대숲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 놓아 그 길을 거닐어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같은 자연임에도 대숲과 잡목숲은 그 느낌이 다르다. 하늘을 찌를 듯 뻗어 오른 곧음 때문일까. 대숲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 하늘을 가릴 듯 곧게 뻗어있는 대나무

▲ 새로이 자라나고 있는 죽순의 모습
고창읍성을 나서는 길에는 판소리 박물관이 있다. 고창이라는 이름은 ‘높고 넓은 들’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그 삶의 여유가 고창의 판소리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곳에는 판소리 여섯 마당의 체계를 세우고 독특한 창법으로 판소리 사설 문학을 집대성 했다는 동리 신재효 선생의 초가가 있다. 박물관 내에는 재미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잠시 짬을 내어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 고창읍성 입구에 위치한 판소리 박물관
고창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지정된 세계 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고인돌군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고인돌만도 2000여기가 넘는다. 제대로 된 보호시설 하나 없이 논과 밭 사이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오히려 가까이에서 살아 있는 역사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 고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인돌
고창을 여행하다 피로해지면 고창읍성 가까이 있는 석정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록 낡고 협소한 시설이긴 하지만 물 하나만큼은 어디 내 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 이곳에서 솟아나는 게르마늄 온천수 속의 세라늄이라는 성분은 암 등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프랑스와 고창, 단 두 곳에만 있다고 하니 그냥 지나쳐 가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고창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고창에 대해 마땅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하지만 고창을 다녀오고 난 이후에는 ‘고색창연’이란 낱말이 떠오른다. 현대적인 문명과 의도적으로 연출된 인공적인 볼거리보다는, 오랜 시절을 그곳에 있어 세월의 흐름이 덧칠해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귀가길에 오르면서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고창에 와서 선운사만 둘러보고 휑하니 돌아서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창의 알맹이를 놓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 2004 OhmyNews 양허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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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 선운사만 보고 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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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하면 제일 먼저 동백꽃 흐드러지게 핀 선운사가 떠오른다. 아마도 이른 봄부터 지독히도 떠들어대는 국내 여행사들의 상품 홍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고창에서 선운사를 둘러보지 않는 것은 단팥 없는 찐빵을 먹는 것만큼이나 밋밋하고 맛없는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창의 아름다움이 어디 선운사뿐이랴. 선운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다음 동백꽃이 필 시기를 위해 고이 간직하기로 하고 다른 목적지를 찾았다.

고창읍성을 찾은 건 이른 아침이었다. 아직 푸른 빛이 내도는 것만 같은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고창읍성은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흔히 봤던 평면적인 성의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 성문을 둘러싸고 반원형의 미로처럼 쌓아 올려진 성곽은 새로운 느낌과 함께 아름답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 성 위에서 바라본 고창읍성의 모습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단종 원년에 호남 주민들이 쌓았다는 고창읍성은 높이가 4~6미터에 이르고 성곽 둘레만 1.7 킬로미터에 이른다. 크고 작은 돌들을 사용해 빈틈없이 잘 쌓아 올렸다. 당시에 그 성을 쌓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을 터. 이 성을 쌓기 위해 피땀 흘렸을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성곽 주변의 담쟁이로 되살아 나는 것 같아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고창읍성에는 윤달에 성곽의 돌을 머리에 얹고 성을 돌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에 간다는 재미난 속설이 전해온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성을 따라 걷는다. 굳이 무병장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고창읍성에 가면 절로 성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 돌을 머리에 얹고 성을 도는 여인네들
성의 폭은 1미터를 훨씬 넘지만 난간이 없어서인지 성 위에 올라서 걷다 보면 밑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스릴감이 느껴진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발 밑에 펼쳐지는 자연의 경치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능선을 따라 등산을 하는 듯하다. 마침 때맞춰 피어난 선홍색 철쭉과 어울려 고창읍성의 모습은 한 장의 그림엽서를 떠올리게 한다.

▲ 철쭉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고창읍성
어느 순간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바람의 모습이 보인다. 새로 잎을 띄운 모든 나무와 풀들이 허리를 굽혀 겸손한 마음으로 바람을 맞는다. 숲에서 파도 소리가 인다. 눈을 감으니 바닷가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숲에서 듣는 파도 소리. 아이는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느냐고 묻는다.

▲ 성곽 문틈으로 바라본 고창읍내 모습
성 안 쪽의 숲속으로도 산책로가 있다. 이른 아침을 깨우듯 이름 모를 새들이 앞 다투어 즐겁게 지저귄다. 경쾌한 새소리와 상큼한 공기, 숲이 만들어내는 파도 소리는 오감을 즐겁게 만든다. 어느 여행지에서 이런 여유와 행복한 맛볼 수 있을까.

숲 한 쪽으로 맹종죽림이라는 대숲이 있다. 몇 십 년은 됐을 듯 싶은 굵고 키 큰 대나무 군락지다. 마침 죽순이 자라는 시기인데다 무분별한 관람객들의 낙서로 대숲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 놓아 그 길을 거닐어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같은 자연임에도 대숲과 잡목숲은 그 느낌이 다르다. 하늘을 찌를 듯 뻗어 오른 곧음 때문일까. 대숲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 하늘을 가릴 듯 곧게 뻗어있는 대나무

▲ 새로이 자라나고 있는 죽순의 모습
고창읍성을 나서는 길에는 판소리 박물관이 있다. 고창이라는 이름은 ‘높고 넓은 들’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그 삶의 여유가 고창의 판소리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곳에는 판소리 여섯 마당의 체계를 세우고 독특한 창법으로 판소리 사설 문학을 집대성 했다는 동리 신재효 선생의 초가가 있다. 박물관 내에는 재미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잠시 짬을 내어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 고창읍성 입구에 위치한 판소리 박물관
고창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지정된 세계 문화유산이 있다. 바로 고인돌군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고인돌만도 2000여기가 넘는다. 제대로 된 보호시설 하나 없이 논과 밭 사이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들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오히려 가까이에서 살아 있는 역사를 볼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 고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인돌
고창을 여행하다 피로해지면 고창읍성 가까이 있는 석정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록 낡고 협소한 시설이긴 하지만 물 하나만큼은 어디 내 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 이곳에서 솟아나는 게르마늄 온천수 속의 세라늄이라는 성분은 암 등 질병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프랑스와 고창, 단 두 곳에만 있다고 하니 그냥 지나쳐 가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고창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고창에 대해 마땅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하지만 고창을 다녀오고 난 이후에는 ‘고색창연’이란 낱말이 떠오른다. 현대적인 문명과 의도적으로 연출된 인공적인 볼거리보다는, 오랜 시절을 그곳에 있어 세월의 흐름이 덧칠해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귀가길에 오르면서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고창에 와서 선운사만 둘러보고 휑하니 돌아서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창의 알맹이를 놓치는 것이라는 사실을.

ⓒ 2004 OhmyNews 양허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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