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컴맹 탈출의 희열 - 김문석
작성자관리자 @ 2004.07.13 17:31:00
10여년 전, 그러니까 내 나이70대 초반의 일이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우선 컴퓨터 입문서를 사서 읽어 보았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 책의 중량감에 압도되어 괴물처럼 느껴졌다.
큰 맘 먹고 정보통신부가 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의 기초 이론부터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 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 이곳 역시 내가 컴퓨터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욱 컴퓨터에 대한 공포심만 더해졌을 뿐이다.

생각다 못해 자존심을 접어두고 대학에 다니는 둘째 손자를 작년 5월 집으로 불렀다.
“정한아! 할아버지는 다른 것은 다 필요없고 컴퓨터로 원고만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쉽게 배우는 방법이 없겠니? 거듭 말해 두지만 다른 것은 다 접어두고 워드 사용법만 최소한으로 줄여서 간단하게 가르쳐 다오.”
“할아버지, 그거 간단해요. 이렇게 파워를 키구요. 엔터(enter)와 딜리트(delete) 기능을 익히신 후에 f10키 몇 개만 사용하시면, 원고 작성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예요.”
나는 손주 녀석이 시키는데로 파워를 키고, 원고 작성에 필요한 f10 기능 몇 가지를 메모한 후 실행에 들어갔다.
이게 원일인가! 그렇게도 어렵게만 느껴지든 컴퓨터가 단 1시간의 손주 녀석 강의를 듣고 원고를 작성하는데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갔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그렇게 많은 컴퓨터 교습책들은 어렵게 써 놓았을까, 그리고 학원에서는 왜 그렇게 어렵게 강의를 하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처럼 80줄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컴퓨터 하면 자기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물건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큰 맘 먹고 배우려고 해도 너무 어려워서 알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컴퓨터에 대한 공포감만 늘어간다. 그런 친구를 대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컴퓨터는 우리 같은 늙은이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문명의 이기라네, 어렵게 생각말고 나에게 1시간 정도만 시간을 할애하게나, 머지 않아 멀리 있는 외손주 놈에게 컴퓨터로 작성한 편지 한 장쯤은 보낼 수 있을 걸세.”
컴퓨터와 씨름한지 2년여 가까워 오지만 나의 컴퓨터 실력은 형편없다.

그러나 컴퓨터에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나의 컴퓨터 교습법으로 1시간 안에 사용법을 익히게 해 줄 수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일체의 이론적인 것은 제쳐두고 워드를 치는데 필요한 몇 가지 사항만을 요약하여 컴퓨터 옆에 붙여 두고 실전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곧 유행가 가사이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건 마음 내키는대로 치도록 한다. 그것이 활자화 되어서 나올 때, 그때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것이다. 특히 60, 70대 노인들이 느끼는 성취감이 얼마나 대단한가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내가 전자우편(e-mail) 사용 방법도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와 똑 같은 방법으로 익혔다.

나는 오랫동안 민간외교 사절단인 `우정의 사절단'을 이끈 연고로 국내외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 먼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e-mail로 소식을 주고 받을 때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가 없다.
우리는 컴퓨터의 대중화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는 70 먹은 할머니도 얼마든지 배워서 자기 나름대로 이용할 수 있는 문명의 필수품이다.
진정한 즐거움은 남에게서 얻어지는 즐거움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 하는 것이다. 우리 노인들도 컴퓨터를 가까이 한다면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낄 것이다.
용기를 내어 컴맹을 탈출 하자.

<김문석, 호명면 출생, 대한민국 헌정회 감사>
 
편집자 주: 예천신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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