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그 뜨거운 효심에 하염없는 눈물이...(예천신문,칭찬)
작성자관리자 @ 2004.07.06 20:03:38
제 목 : 그 뜨거운 효심에 하염없는 눈물이...
작성자 : 김 종 오. 조회: 227

4월 2일 귀경길,
예천(감천)온천에서 우연히 목격한 감동적인 장면이다.
노령의 아버지 등을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 아들, 이는 흔하디 흔한 생활의 일상이리라. 그러나 이날, 내가 눈여겨 바라 본 그 아들은 상체가 온통 검푸른 용호상박(龍虎相搏) 문신으로 얼룩진 꼴이 조폭의 두목급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아-그런데,
그 아들은 아버지의 온 몸을 씻겨 드릴때 마다 가슴께서 어깨를 넘어온 청룡이 천둥을 치며 호랑이를 집어 삼킬듯이 입을 벌렸고 호랑이 역시 이를 쳐다보면서 시뻘건 입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채 포효하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고 있던 탕속의 촌로들이 나직히 한마디씩 했다.

'저 노인네가 저런 흉포한 아들놈 때문에 얼마나 속이 탔겠나?'
'그렇지만, 저 어른의 흐뭇해 하시는 모습을 보게나'
'저 부자분의 체격이며 용모를 보시게, 장골에다 귀골이신걸...'

이윽고 탕 밖으로 나온 벌거숭이 부자분,
그 아들은 예외없이 거울을 마주하여 선 아버지의 온 몸에 물기를 닦고 바디 크림을 바르고 안마를 해 드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발가락이며 국부에다 항문까지 닦아 드리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자기가 낳은 애들을 내다 버리거나 노령의 친부모를 학대하고 유기하는 이 윤리부재의 불효시대에 이는 분명 감동이요 감격 그 자체였다.

나는 미리나와서 준비한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다가 차마 이 부자분의 모습을 알몸으로 담기엔 미안하여 머뭇거리다가 말을 건넸다.

그리하여 그가 예천읍 노하동(?)에 산다는, 그리고 아버님 연세는 여든 넷, 자신도 마흔 다섯이라던가, 청소년때 아버님 속을 하도 많이 썩혀드려 죄스럽기 그지없고 이제 겨우 철이 들어가고 있다고 겸손해 했다.

나는 이 청년(아니, 장년)과의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문신=조폭'이란 선입관을 스스로 고쳐야 했다. 바로 그 시각, 그의 가슴이며 등줄기에서 사생결단으로 싸우던 靑龍과 黃虎도 휴전을 한 듯, 조용하기만 했다.

이들 부자분이 빨간색 미니 승용차를 몰고 떠나는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연전에 별세하신 아버님에 대한 뼈를 깎는 불효를 다시 떠 올리고 있었다. 어느사이 두 볼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아-, 나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뵙고싶다. 미치도록 그립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못할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오늘따라 松江 정 철 선생의 옛시조 한 수가 이렇게 내 가슴에 와 닿을줄이야...

03.04.03.
출향인 김종오.

참고:
서로들 벌거숭이라 예를 갖춰 통성명을 못했음이 안타깝다. 혹 이 글을 본인이 읽었거나 그 부자분을 아시는 분의 코멘트를 부탁한다.
 
이글은 예천신문 칭찬합시다에 있는 글입니다. 함께 읽어보고 싶어서 퍼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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