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뺑소니차에 꺽인 소녀의 꿈
작성자관리자 @ 2004.04.25 00:07:48
뺑소니차에 꺾인 소녀의 꿈

예천여고 1년 이영진(예천읍 통명리) 양

지난 2일 조간(朝刊)을 배달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던 예천읍 통명리 이영진(예천여고 1) 양이 뺑소니차에 치어 열여섯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훗날 “돈 많이 벌어 가족들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겠다”던 이 양의 오롯한 꿈도 허공에 흩어졌다.
이 양이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건 올 해로 4년째. 줄곧 석간(夕刊)을 배달하다 얼마 전부터 조간을 돌리기 시작했다. 집안 일 도우랴 신문배달하랴 그동안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학업에 좀 더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양은 이장섭(49) 구임연(48) 씨의 6녀 2남 중 다섯째. 아버지는 아들 욕심에 딸 여섯을 내리 낳았다.
이 양은 특히 동생 셋을 끔찍이 위했다.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비를 받은 날에는 차비 등 한달 용돈을 떼어놓고 매번 동생들 학용품과 과자를 사들고 귀가하곤 했다. 부모님 생신 때는 따로 돈을 모아 두었다 시계를 선물한 적도 있는 착하고 속 깊은 딸이었다.
여든살인 이 양의 할머니는 벌써 20년 넘게 시각장애인(1급)으로 살아왔으며, 어머니는 청각장애(3급), 아버지는 지체장애 4급의 기초생활수급자다.
이 양의 아버지가 모 업체의 경비일을 봐주며 받는 급료는 월 40여만원. 여기에다 얼마간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비로 11명의 식구가 생활해야 했다. 지금껏 자신들의 이름으로 된 땅 한 평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 양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등교준비를 마친 뒤 신문보급소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예천읍 백전리, 노상리 일대 구독자 50여가구에 신문을 넣고 보급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은 뒤 곧장 등교를 하였다.
사고가 일어난 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새벽 2시 50분쯤 집을 나섰다. 아버지가 딸의 사고소식을 들은 건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이 양은 통명정미소와 통명농요 전수관 사이 커브길에서 사고를 당했으며 피를 많이 흘려 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숨졌다. 사고를 내고 달아났던 운전자는 7시간 뒤 경찰에 붙들렸다.
“못난 애비 에미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가난한 집에 태어나 고생만 하다가 떠나니 안타까울 뿐이지요….”
아버지 이씨는 갑작스런 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연신 담배만 피워 물었다. 그러다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집 밖에 나가기가 겁이 납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을 보면 전부 내 딸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2004-04-23 13:46:56
불의의 사고로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멀리한 이영진양의 사고에 대하여 애도합니다.

마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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