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고향을 잘 다녀 왔습니다
요즘은 보리농사를 별로 짓지 않는다. 오랫만에 고향으로 차를 몰고 달려보지만 예전에 파릇파릇 돋아나던 보리이삭은 보이지 않는다. 보리밭이던 그 곳에는 양파와 마늘로 자리바뀜 되어 있고 빈 터로 그냥 남아 있는 곳도 많이 보인다. 내 어릴 적.. 봄날의 아침은 창공을 뱅글뱅글 돌면서 노골노골 노래하는 노고지리의 울음 소리로 시작된다. 농촌에서 가장 인간들에게 근접하여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새가 참새와 노고지리였다. 참새는 초가의 처마 속에서 둥지를 트고 살았지만 노고지리는 보리 잎사귀 사이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알을 낳고 부화하여 번식했던 농촌 들녘에서는 어디서나 접할 수 있었던 날짐승이었다. 이른 봄 농촌에 가면 노고지리는 없다. 종이 사라졌는지 눈에 띄지를 않는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참새떼만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분주히 지저귀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열창한다. 도회지에까지 전깃줄에 앉아서 지지배배 울어대던 제비도 요즘 보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우리 고향집에는 해마다 제비가 날아와서 새끼를 두배씩 까고 가을이면 남쪽나라로 떠나간다. 작년에는 새끼 다섯마리를 까서 어미 두마리가 분주히 먹이를 날라 키우던 중.. 농촌에서는 밭 농작물과 과수원의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농약을 자주 치는데..농약에 오염된 먹이를 먹었는지 몰라도 어미 한마리가 죽어 버렸다는데.. 남은 한 마리가 바쁘게 먹이를 날라서 새끼를 다 키워서 함께 남쪽으로 떠났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느낀바가 컸다. 집이 가난하다고.. 남편이 능력이 없다고.. 부부가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여러가지 핑계로 자기의 어린 혈육을 헌 짚신짝 버리듯 팽개치고 집떠난 부모들 때문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버린 불쌍한 새싹들의 어려운 처지가 신문지상으로 보도될 때 제비보다 못한 인간을 저주하지 않는 신이 원망스럽다. 왜 노고지리가 보이지 않을까? 삶의 터전이 사라져 버려서 없어져 버렸을까? 아니면 보리밭이 없어져서 보금자리를 산으로 옮겼는데 산 짐승들이 많이 번식하여 천적들에게 새끼를 잡아 먹혀서 사라져 버린것인지? 보리농사를 짓지 않으니 힘들고 까끄러운 보리타작을 하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농촌의 들녘에 푸른 보리밭이 보이지 않고 또한 그 보리밭에 집을 짓고 하늘높이 날아 노골노골 울어대던 노고지리가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초등학교 시절.. 공부하기 싫은 농땡이 학생들은 집에서는 학교에 간다고 도시락까지 싸갖고 가다가 옆길로 빠져 보리밭둑 밑에 숨어서 학교에 가지 않고 놀다가 도시락까지 까먹고 다른 학생들이 하교를 하면 같이 따라나서서 집에 돌아 오곤 하던 중간 학교 선생님의 가정방문으로 들통이 나고 혼줄난 일들도 그 시절에는 종종 있었다. 등 하교길에 뒤가 마려우면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보리밭이다. 보리패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보리밭 고랑에 앉아서 응아를 해도 전혀 남이 알아 차리지 못했다. 마을의 총각 처녀가 가끔 사랑을 나눴던 곳도 또한 보리밭이다. 참으로 보리밭의 향수는 농촌생활을 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