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작성자관리자 @ 2004.03.31 10:40:14
어머니... - 마을이야기 [1327쪽] -예천군 금당실마을 |
| .. |  <수필>
어머니
작가:엄계옥
어머니는 모든 자식의 마음의 등불이다. 상살이에 지치거나 인생의 좌표를 잃어버렸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머문 말이 "어머니"이다.
부르고 또 불러도 불러보고 싶은 그 이름 어머니!
난 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밑바닥에
슬픔이 가득 고여 온다.
그건 아마도 어린 날 환경 탓 일게다.
이제 중년이 되어서야 어머니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던 삶의 무게의 힘겨움과
고달픔에 고개가 숙여진다.
어린 날엔 막연히 어머니는 본디
그렇게 사시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나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늘 그립고 허전한 존재였다.
기억을 더듬으면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면
벽에 걸어둔 어머니 옷에서 땀에 절은
어머니 냄새를 맡은 기억이 난다.
그런 날이 문득 생각이 나면 난 내 아이를 안고
"엄마 냄새가 좋으냐"고 묻곤 한다.
어린 날 채워지지 않는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나보다.
어머니 가슴에 얼굴을 묻기엔
난 이미 너무 많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서
밤 11시가 넘어야만 들어오셨던 어머니,
많지 않은 임금이었으나 거기엔 집안 식구들의
생계가 달려있었다.
그렇게 보낸 세월만도 30년이 넘는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언제나 집안에 흔적만 있고
실체는 없는 그런 존재였다.
국가적 부도라고 일컬어지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도
명퇴가 찾아왔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나보다.
몹시도 실망을 하신 모양이다.
서운한 마음을 "다음에 다시 부르겠다"는 말에
일말의 위안을 삼는 모습이었다.
전화기 너머의 어머니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려왔다.
난 울먹이시는 어머니가 딱해서
우리 집으로 오시라고 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편하게 쉬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 드리고픈 마음이 더 강했다.
딸 많이 낳았다고 갖은 설움 견디시며
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도 내색하지 않고
견뎌내시던 어머니,
찌들은 가난 때문에 빈혈이 심해서
수시로 쓰러지셔서 어린 가슴을
많이도 놀라게 한 어머니였다.
난 정성껏 밥상을 차렸으나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밥 뜨시는 손이 입에 닿지 않는 어머니를
난 그렁한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시원찮은 팔로 몇 십 년을 남의 눈치 보며
일 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 밑바닥
아릿한 아픔에 목이 메어왔다.
그 팔의 상처는 현실의 삶에 염증을
느낀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남겨드린 모진 증표였다.
우리 어머니는 진정 천사인가 바보인가.
여자란 한 남자의 사랑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여자이기 때문에
갖는 어쩔 수 없는 속성이 아닐까.
남편으로부터의 버림은 삶에의
존재가치의 상실을 의미한다.
여자에게 남편의 우직한 정은
비바람 치는 세상살이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평생을 당신 곁에서 괴로움만 주던
무정하기 그지없는 아버지를
"그래도 너희 아버지가 아니냐" 는
한 마디로 모든 허물을 덮어두려 하신다.
자식은 또한 여자에게 어떤 존재인가.
평생을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었던
자식에의 멍애,
고스란히 맨 몸으로 부딪히며 견디어 내신
아픈 절망감.
끝내는 먼저 보낸 자식을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슬픈 여인이 내 어머니이다.
나는 어머니의 삶에 진저리가 쳐진다.
이 세상 많은 여성들이 자신은
어머니처럼 살지 않으리라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처럼 살고 있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강한 도리질을 하고 싶다.
나는 어머니의 삶 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세상에 대해 일찍 눈을 떴고
남들보다 일찍 철이 났던 게 어머니 덕이다.
난 지금 느릅나무 밑의 안식에 있다.
그러나 지난 시절 어머니로 인한 슬픈 정서는
오랜 기간 치유되지 않는다는 걸
지금에야 느끼며 산다.
잊혀진 줄 알았던 슬픔이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고스란히 묻혀 있다.
어머니이기 전에 여자로서
내면의 깊은 절규가 이따금씩
내 삶을 슬픔으로 물들게도 한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를 통해서
인내하는 마음을 배웠기에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 노력하며 산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내 어머니를 두고 한 말인가 싶다.
오늘따라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엔
낮 달이 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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