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

제목금당실에 내린 매미의 흔적
작성자관리자 @ 2003.09.19 22:37:55

그토록 많은 비가


1
그토록 많은 비가 내렸구나
밤 사이 강물은 내 키만큼이나 불어나고
전에 없던 진흙무덤들이 산 아래 생겨났구나
풀과 나무들은 더 푸르러졌구나
집 잃은 자는
새 집을 지어야 하리라
그토록 많은 비가 내려
푸르른 힘을 몰고 어디론가 흘러갔구나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내 머리맡에선
어느새 이 꽃이 지고 저 꽃이 피어났구나


2
그토록 많은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떡갈나무 아래 선 채로 몸이 뜨거웠었다
무엇이 이곳을 지나 더 멀리 흘러갔는가
한번은 내 삶의 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모든 것이 변했지만
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한 번은 이보다 더 큰 떡갈나무가
밤에 비를 맞으며 내 안으로 걸어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내 생각은 얼마나 더 깊어지고
떡갈나무는 얼마나 더 풍성해졌는가




3
그때 어떤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치고
비 속을 날아갔었다
밤이었다
내가 불을 끄고 눕자
새의 날개가 내 집 지붕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오랫동안
비가 내렸다
나는 병이 더 깊어졌다
고향과 농촌을 생각하는 내병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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